글과 사진의 충돌로 빚어내는 이미지… ‘개념미술 선구자’ 美 발데사리 개인전

입력 2015-06-01 02:02

개념미술은 말하자면 읽는 미술이다. 읽는 행위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이다.

미국 작가 존 발데사리(84)는 1960년대 중반부터 관련 작업을 해온 개념미술 선구자다. 처음에는 캔버스에 텍스트만을 사용했으나 점차 텍스트와 사진을 사용해 언어와 시각성의 상관관계를 파고드는 작품을 해왔다.

발데사리의 작품 세계를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고령임에도 왕성한 작업을 벌이는 그의 신작 15점이 나왔다. 국내 개인전은 1996년 이후 두 번째다.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고전 명화(名畵)에서 차용한 작품 앞에서 발길이 멈출 것 같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자크 다비드의 역사화와 19세기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결합한 이미지는 비대칭적이다. 화면 가득 키리코의 작품 ‘철학자의 정복’이 보인다. 다비드의 ‘브루투스 앞으로 자식들의 유해를 옮겨오는 호위병들’ 이미지는 살짝 걸쳐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제목처럼 붙인 텍스트는 다비드만 내세운다. ‘…AND DAVID(그리고 다비드·사진).’

이미지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비판하기 위해 걸작을 차용하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대중문화의 이미지가 주로 사용돼 부담스럽지 않다. 예컨대 호소하는 듯한 몸짓의 여성, 바구니를 지고 줄 지어가는 노동자 등 서사가 강한 이미지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들은 전체가 아닌 절단된 부분적 이미지로만 제시되며 구체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다. 영화 스틸을 연상시키는 이런 이미지와 원색의 컬러, 수수께끼 같은 문구가 서로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관람객마다 다르다. 해석은 읽는 자의 몫인 것이다. 전시 7월 12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