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비싸게, 혐오스럽게.
정부의 금연정책은 이 세 마디로 표현된다. 담뱃갑에 경고그림 삽입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흡연을 ‘귀찮게’ ‘비싸게’에 이어 ‘혐오스럽게’ 하는 정책 법제화도 완료됐다. ‘귀찮게’와 ‘비싸게’는 지난 1월부터 모든 음식점 금연구역화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점 담배광고 금지 등 추가 조치를 통해 2013년 기준 42.5%인 한국 성인남성(19세 이상) 흡연율을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9%로 낮출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건강증진법에 경고그림이 지나치게 혐오스러우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혐오스럽게=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건 2002년 첫 발의 이후 13년 만이다. 그동안 11차례 발의가 있었지만 담배업계 반발과 국민 공감대 확보에 실패해 번번이 무산됐다.
이제 담배 제조사는 담뱃갑 앞뒷면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로 채워야 한다. 경고그림은 전체 면적의 최소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1년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2월부터 시행된다.
복지부는 지난해 서강대 산학협력단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의뢰해 경고그림 시안 10건을 마련한 상태다. 연구 결과 폐암, 치아 변색, 임산부 간접흡연 피해 등이 삽입될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나라한 흡연 폐해를 담은 사진이 담뱃갑에 그대로 실릴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견을 수렴해 담뱃갑 경고그림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세계 77개국이 흡연 경고그림을 시행하고 있다”며 “캐나다는 경고그림 도입 6년 만에 흡연율이 6% 포인트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에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면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나치게’라는 모호한 표현을 놓고 복지부와 담배 업계의 힘겨루기가 심화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비싸게=지난 1월 1일 시행된 담뱃값 2000원 인상은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담배 반출량은 지난해 대비 44.2% 줄었다. 최근 5년 평균 담배 반출량과 비교하면 48.7% 감소한 수치다. 금연 프로그램 참가자도 지난해 대비 2.9배 늘어났다. 지난 2월 말 시작한 병·의원 금연치료 서비스에는 한 달 만에 4만8910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효과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 한 편의점의 지난 1월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가 2월 22.4%, 3월 14.9%, 4월 10.7% 등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다.
◇귀찮게=정부는 모든 음식점을 비롯해 커피숍, PC방 등 공중이용시설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어길 경우 업주에게 170만원, 흡연자에게 10만원 과태료를 물린다. 복지부는 ‘귀찮게’ 정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금연구역을 실내 체육시설까지 확대하도록 법제화하려 한다. 8월에는 담배의 위해성을 연구할 첫 국가 연구소를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설치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귀찮게 비싸게 이어 혐오스럽게… 3대 금연정책 법제화 완료
입력 2015-05-30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