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25세 오지환’의 재발견… 최고참 된 오지환, 맏형 역할 톡톡

입력 2015-05-30 00:24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전형적인 ‘베테랑의 팀’이다. 최고참 이병규(9번)를 비롯해 이진영, 박용택, 정성훈, 손주인 등이 모두 30대 중반을 넘겼기 때문이다.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이 베테랑의 힘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그런데 이달 중순 이후 거짓말같이 베테랑들이 모두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병규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고 손주인은 사구에 맞아 6주짜리 손등 부상을 입었다. 정성훈은 1루를 밟다 발목 부상을 당했고, 이진영마저 1루를 밟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박용택도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1번부터 5번 타순에 있어야 할 타자들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졸지에 베테랑들이 일거에 빠져나가자 일각에선 ‘LG가 강제 리빌딩’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왔다.

이런 위기 속에 불과 25세인 유격수 오지환(사진)이 팀의 최고참급이 됐다. 그런데 오지환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며 LG는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이다. 본인 성적뿐 아니라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다독거리면서 수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오지환은 kt 위즈와의 주중 3연전에서 11타수 4안타(0.364)의 맹타를 터트렸다. 특히 26일 경기에선 홈런 한 방을 포함해 4타수 3안타로 활약하며 팀의 5대 2 승리를 이끌고, 위닝 시리즈(3연전에서 2승 이상을 거두는 것)를 팀에게 선사했다.

오지환은 “선배들이 빠지고 팀이 어려워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주장 이진영 선배가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해 더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베테랑들이 사라진 후 오지환이 중심을 잡고 젊은 피가 수혈되자 LG에 활력이 넘치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나성용이 1군에 처음 합류한 첫 타석에서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3루수로 나서고 있는 양석환도 주전이었던 손주인의 공백을 잊게 하고 있다. 양석환은 “선배들이 너무 많이 빠졌지만 2군 구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에서 같이 뛴 선수들이 많아 밝고 재미있게 경기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젊은 피들의 활약에 양상문 감독도 흐뭇해하고 있다. 양 감독은 “예전보다 젊고 빠른 선수들이 들어와 그에 걸맞은 플레이를 해주고 있다”면서 “타석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