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부패 스캔들] “美 검찰 칼끝 ‘뇌물 통로’ 씨티·JP모건 등 겨냥”

입력 2015-05-30 02:22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직적인 부패 관행을 수사 중인 미국 수사 당국이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대해서도 칼끝을 겨누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HSBC 및 UBS 등 대형은행들이 FIFA 뇌물 수사와 관련해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마켓워치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FIFA 고위 간부 등을 기소한 뉴욕 검찰 문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뉴욕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은행이 (기소된 FIFA 인사들의) 돈세탁을 돕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가 조사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뉴욕 검찰은 또 이들 은행이 기소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기소장에 의하면 이들 월가 은행은 FIFA 추문과 관련해 ‘중심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됐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1990년부터 시작해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더 깊게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장은 “기소된 인사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크게 의존했다”면서 “이런 의존이 깊이 있게 지속했으며 이들이 부패를 감출 수 있도록 하는 중심의 하나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FIFA 간부들이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뇌물이 오가는 ‘통로’로 이용하는 것을 문제 삼고 사건을 확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 시절부터 이번 사건을 지휘했던 로레타 린치 미 법무장관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FIFA 수사를 이탈리아 로마나 시칠리아에 사는 마피아 조직원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와 비교하면서 “그들은 분명 미국을 자신들의 안전한 ‘금융도피처(financial haven)’로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의회가 FIFA 비리 스캔들과 관련, 브라질축구협회(CBF)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연방상원의원들은 스위스 당국에 체포된 FIFA의 고위 인사 가운데 주제 마리아 마린 전 CBF 회장이 포함된 사실에 주목해 축구협회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와 남미클럽대항전(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브라질 국내 프로축구리그 등 축구협회와 관련된 모든 대회가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도 FIFA와 추진하는 협력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현재 진행하는 FIFA와의 협력 사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수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월드컵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행사를 위해 FIFA와 유엔 기구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협력 사업은 유엔의 평화 메시지가 주요 스포츠 행사를 통해 전달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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