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여자월드컵-(1) 달라진 한국 대표팀] 지옥훈련 담금질 ‘3박자 축구’ 뜬다

입력 2015-05-30 02:21

‘윤덕여호’가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

6월 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월드컵에서 한국(FIFA 랭킹 18위)은 10일 브라질(7위)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르는 것을 시작으로 14일 코스타리카(37위), 18일 스페인(14위)과 맞붙는다.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오른 한국 여자 대표팀은 체력, 빠른 공수 전환, 조직력을 앞세워 사상 첫 승리와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2003 미국월드컵 때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에 0대 3, 프랑스에 0대 1, 노르웨이에 1대 7로 참패했다. 패인 중 하나가 바로 경기 후반 급격한 체력 저하였다. 윤덕여 감독은 “세계무대에서 강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선 강한 체력이 필수”라며 체력 훈련에 중점을 뒀다.

선수들은 지난 8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옥 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체력 훈련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당시에도 지옥 훈련을 한 ‘윤덕여호’는 준결승전에서 늘 체력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온 북한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과거 체력 훈련이라고 하면 무조건 뛰면서 폐활량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선수들은 셋씩 짝을 지어 운동장 반을 전속력으로 달리며 드리블과 크로스 슈팅을 주고받는 식으로 체력을 길렀다. 미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윤 감독의 또 다른 승부수는 빠른 공수전환이다. 여자 축구도 남자 축구 못지않게 빠르고 강한 축구를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이 세계 정상급 팀들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공격과 수비 변화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윤 감독은 “상대 수비수에 막히기 전에 빨리 패스하고 공을 빼앗겼을 땐 바로 수비 태세를 갖춰 상대를 압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우리가 상대의 공을 빼앗은 이후의 플레이가 중요하다. 그때 빠르고 정확한 패스 없이는 득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가 16강의 열쇠라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브라질과 스페인 선수들에 비해 개인기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믿을 건 조직력밖에 없다. 물론 한국엔 이번 시즌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로부터 2015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걸출한 스트라이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있다. 그러나 지소연은 상대 선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게 뻔하다.

한국 선수들은 각급 연령 대표팀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 발을 맞춰 조직력이 탄탄하다. 한국 여자 축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와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 3위 멤버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2003 미국월드컵을 경험했던 공격수 박은선(29·로시얀카)과 골키퍼 김정미(31·인천현대제철)도 있다. 신구 조화도 잘 이뤄진 것이다.

지난 21일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주 루더포드의 몽클레어 주립대 운동장에서 막판 담금질을 하고 있는 대표팀은 31일 오전 6시 여자축구의 강호 미국과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6월 5일 캐나다에 입성해 현지 적응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