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決裁)’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해 허가, 승인하다’의 뜻입니다. 재가(裁可)도 같은 의미이지요. 裁자에 옷 의(衣)가 들어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귀한 옷감을 마름질하는 것처럼 신중히 고려해 허가한다는 의미입니다.
‘결제(決濟)’는 ‘증권 또는 대금을 주고받아 매매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계를 끝맺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결재’와 ‘결제’를 잘 구분해 써야겠습니다. 경제 용어에서 결제의 濟나 부도(不渡)의 渡, 공제(共濟)의 濟는 모두 ‘물을 건너다’란 뜻인데, 부도(를 내다)는 어음이나 수표를 가진 사람에게 기한 내 그것에 적힌 돈을 지급하지(건네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결제는 거래 관계가 마무리됐다는 의미이고, 공제는 (난관을) 같이 건너다(돕다)란 뜻입니다.
카드생활이 일반화된 지금 ‘물건 따위를 구매할 때 카드로 결제하다’란 뜻으로 ‘긁다’가 국어사전에 올랐습니다. 세태가 언어에 바로 영향을 준 예입니다.
결재는 아무나 할 수 없지만 결제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가려운 데를 적당히 긁으면 시원하지만 너무 긁으면 피가 나지요? 카드도 분수껏 긁으면 개인생활과 나라경제에 보탬이 되는데 정도를 넘으면 가계에 출혈이 커집니다.
서완식 교열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결재는 허가·승인… 결제는 거래·계산
입력 2015-05-30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