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처음 찾는 클래식계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것은 평소 동경하던 이성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팬이라면 이들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미 CD 등으로 접했기 때문에 라이브 무대에서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이성 친구처럼 직접 만난 뒤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실망하기도 한다. 6월에 처음 내한하는 클래식계의 별들은 한국 팬들에게 어떤 감정을 남길까.
우선 7일 세계 오페라계의 슈퍼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46)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독일 출신인 카우프만은 1994년 자르브뤼켄 주립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로 데뷔한 후 한동안 독일어권 외에선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06년 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와 같은 해 12월 런던 로열오페라 ‘카르멘’의 호세로 연이어 히트를 치며 세계적 스타가 됐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수려한 외모, 뛰어난 연기력까지 스타 테너에 필요한 3박자를 갖춘 그는 요즘 이름만으로도 출연하는 공연을 매진시키고 있다. 독일 가곡에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한국 콘서트에서는 푸치니의 ‘토스카’ 중 ‘오묘한 조화’, 비제 ‘카르멘’ 중 ‘꽃의 노래 등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안방마님으로 군림한 홍혜경이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최근 실내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체코의 파벨 하스 콰르텟은 1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2002년 결성된 파벨 하스 콰르텟은 2005년 이탈리아 파울로 보르치아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처음 얼굴을 알렸다. 명칭은 1944년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서 안타깝게 짧은 생을 마감한 체코 작곡가 파벨 하스에서 따왔다. 2007년 발표한 첫 음반 ‘야나첵/하스’가 세계적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각종 음악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반열에 오를 발판을 다져 왔다. ‘실내악 강국’인 체코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완벽에 가까운 연주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국내 공연에서도 드보르작의 ‘아메리카’, 야나첵 ‘비밀편지’ 등 체코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현악4중주를 들려줄 계획이다.
고(古)음악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18세기 오케스트라’는 19일 고양아람누리,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21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잇따라 콘서트를 연다. 고음악은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주의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정격음악 또는 원전연주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만 하더라도 금속현 대신 등 동물 내장을 꼬아 만든 거트현을 다는 등 당시에 사용된 악기들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원래 음악에 가깝게 연주한다.
고음악은 1960년대 말 시작돼 이제는 클래식계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동안 유명 고음악 단체들이 내한공연을 펼쳤지만 ‘고음악 1세대’ 중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프란츠 브뤼헨이 창단한 18세기 오케스트라만 한국을 찾질 않아 팬들의 아쉬움을 샀었다. 18세기 오케스트라의 경우 바로크 음악에도 빛을 발하지만 하이든에서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쳐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18세기 후반∼19세기 초반 음악에 특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한 공연에서도 이들 고전주의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들려준다.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영국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66)는 2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쿠퍼는 어린 나이에 혜성처럼 나타나 이름을 날린 천재 연주자라기보다는 서서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경우에 속한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빈 고전주의와 슈만, 브람스를 비롯한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서 누구보다 마음 깊이 와 닿는 연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름이 높은 슈베르트 해석은 20대 초 멘토였던 오스트리아의 명(名)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과의 만남에서 영향을 받았다.
쿠퍼는 1990년대 슈베르트의 피아노곡 집을 녹음해 호평을 산 이후 슈베르트의 여러 작품들을 꾸준히 녹음하고 연주해 왔다. 그렇다고 슈베르트를 필두로 한 빈 고전주의에만 천착한 것은 아니다. 그는 고전주의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활발히 연주하고 있다. 이번에도 슈베르트의 ‘12곡의 독일 춤곡’을 포함해 쇼팽 ‘뱃노래’, 슈만 ‘유모레스크’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클래식계 ‘별’들과 만난다… 첫 한국무대, 기대와 설렘의 6월
입력 2015-06-01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