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채희문] 長江과 청렴 공직자

입력 2015-05-30 00:20

중국 대륙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두 줄기 큰 강이 있다. 황하(黃河)와 장강(長江)이다. 황토를 품고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황하는 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면 대륙 중앙부를 흐르는 장강은 맑은 속을 드러낸 채 굴곡 없이 도도히 흘러 바다로 간다. 요즘같이 부정과 부패, 각종 비리에 얽힌 기사가 지면을 장식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황하와 장강이 떠오르는 까닭은 두 강이 극명하게 대조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도 사심이 그득하고 처신이 굽은 관리를 황하에 빗대었고,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청렴한 관리를 장강에 비유하곤 했다. 그러나 우리는 황하의 탁함을 우려한 적이 훨씬 많았다. 부정행위와 권력유착으로 인해 정신과 정치와 사상과 의식이 심하게 썩어 악취를 풍긴 적이 어디 한두 번이랴. ‘백년대하청(百年待河淸)’이라, 황하의 탁류가 맑아지는 것은 우리 살아생전에는 도저히 바랄 수 없는 일인가.

관리들이 사리에 치우쳐 탁해지면 정상적으로 살아가던 백성들은 원칙을 잃게 된다. 연줄을 대지 못하면 손해보고 피해를 입는다. 규범을 받아들이고 규칙에 따르는 소중한 가치가 무시당하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 기회가 닿으면 썩은 동아줄이나마 잡으려 할 것이다. 그 와중에 정치에 영향력이 있는 고급 관리들의 횡포와 문란함이 더해지기라도 하면 정권마저 사양길을 걷게 된다. 고려 말 임금의 비호와 총애를 받은 세도가의 횡포는 폭력 암살 불법 엽색행각으로 이어졌다. 결국 고려는 망하고 말았다.

정치와 사상과 의식이 한 번 타락하면 회복하기 힘들다. 고려의 썩은 토양을 갈아엎고 새로 탄생한 조선조 역시 별반 달라지지 못했다. 난세도 잦았고 권력이 집중되는 곳일수록 부정과 축재와 권력유착형 폭력이 따라다녔다.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입에 풀칠을 하려 해도 ‘탄정(呑停)’에 시달렸고 ‘초혜(草鞋)’ ‘복대(卜帶)’ 등 상납금은 물론 곤장을 맞을 때에도 ‘지장료(紙杖料)’를 지불해야 했으니…. 샘이 깊은 물, 바다에 이른다던 용비어천가의 먹빛이 바래기도 전에 조선조 역시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그 결과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와 함께 일제 강점기라는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광복 70년을 맞은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여전히 부정부패로 병들어 있다. 잘살아보자는 의지로 전 국민이 새 마음을 지녔던 기억은 어느새 꿈만 같을 뿐이다. 정치권에 기대어 살던 어느 기업가의 죽음으로 윤곽이 드러난 비리 사건의 본체는 어마어마하다. 그 비리가 심한 악취를 풍기더니 급기야 만백성이 한국의 정치와 법도를 꾸짖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부정과 비리와 부패가 이어지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서로 주고받은 자들이 득세하면 관료들은 아울러 줄을 대려고 바빠지며 공직자들은 공직에 앉아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게 마련이다. 돈 없고 연줄 없지만 공정하게 정상적으로 살아가던 백성들이 억울함을 느끼는 것은 불행이다. 그런 백성들이 썩은 연줄이라도 잡기 위해 정치가와 결탁하는 것은 재앙이다.

요즘 같은 때엔 중국 대륙을 흐르는 두 줄기 강물을 가끔 떠올려보아도 좋겠다. 정치권력과 유착하여 부정행위를 하는 치졸한 기업가와 황하의 탁류를 비교해본 연후에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물줄기를 가슴속에 품어본들 어떠리.

채희문(소설가·국민대통합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