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교원노조법 2조가 교원노조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교원노조의 의사결정에는 결과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재직 교사만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해직 교사까지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해직 교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노조가 이용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헌재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았다. 정부의 통보처분이 적법했는지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해직 교사 노조원 9명을 문제 삼아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정부의 조치가 재량을 넘어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 “교원노조 조합원 제한 규정 필요”=합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8명이 주목한 부분은 교원노조의 특수성이다. 일반 교원단체와는 달리 교원노조는 교사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개별교사의 동의 없이도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체결된 단체협약의 적용대상이 교사 과반수를 넘게 되면 교원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교사에 대해서도 협약이 적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교원노조를 일반적인 산업별 노조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교사의 근로조건 대부분은 법령이나 조례 등으로 정해진다. 이 규정에 실질적·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사람은 재직 중인 교사들이다.
또 일반 근로자와 달리 교사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실질적으로 국민 전체가 진다. 교원노조법을 따로 만들어 일반 노조와 다른 조합원 자격 제한을 두고 있는 이유다. 대신 현행법은 공·사립학교를 불문하고 교사에게 보수, 연수, 신분보장 등에서 특별한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는 게 헌재의 기본 인식이다.
헌재는 “(문제가 된 조항이 없다면)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 교원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해 현직 교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해직 교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게 하면 기한의 제한 없이 해고 효력을 다툴 수 있는 우리 법체계상 쟁송이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점을 다투는 데 교원노조가 동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이수 재판관만 유일하게 산별노조에 가까운 교원노조의 특성상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며 단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법외노조 최종 판단은 다시 법원으로=그러나 헌재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 해서 이를 이유로 설립신고를 마치고 정당하게 활동 중인 교원노조의 법상 지위를 박탈한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는 행정 당국의 재량에 달려 있고, 그 판단이 적법한지는 법원이 판단할 몫으로 남았다.
다만 헌재는 정당하게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원이 해고되거나 사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교원노조에는 일시적으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이 포함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전교조는 14년간 합법적으로 활동해 왔고, 그동안 해직된 교원은 조합원에 포함돼 있었다”며 “그러나 법외노조 통보는 2013년 10월에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건이 계류 중인 항소심 재판부가 일부 해직 교원을 조합원에 포함시켰다고 법외노조로 통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은 셈이다.
◇전교조 “헌재 결정은 민주주의 후퇴”=전교조는 헌재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이라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9명의 해직자가 있다고 해서 6만여명의 노동조합을 법 밖으로 내몬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제 기준과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전교조의 법외노조 여부는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 만큼 항소심에서 상식적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교조의 법적 대응을 담당한 신인수 변호사는 “헌재가 ‘우리는 모르겠다’며 판단을 법원에 넘긴 셈”이라며 “변호인으로서 헌재의 결정이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신 변호사는 “헌재가 법외노조 통보의 위법성에 대해 강조한 측면도 있다”며 “전교조가 진 것이 아니라 반승반패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수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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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사 조합원 불인정’ 합헌] “해직교사의 개인적 이익 위해 노조 이용당할 수도” 판단
입력 2015-05-2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