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노조연합의 단결력과 하부 노조지회의 자율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전체의 통일성을 우선할 경우 개별 지회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 반면 자율성을 강조하다 집단이 모래알처럼 흩어질 경우 노동자들은 오히려 권익을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이 같은 가치 판단을 위해 28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하부 조직인 발레오만도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별노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리다. 하부 지회의 탈퇴가 자유로워지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재판이다.
산별노조는 동일 산업의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규합된 노조다. 기업별노조는 개별 기업의 근로자들이 구성원이 된다. 우리나라 노조는 기업별노조 중심이었다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응하기 위해 산별노조가 조직됐다. 산별노조는 노동자 권익 보호에 기여했지만 하부 사업장 근로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강성투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발레오만도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이 같은 가치 충돌에 기반한다. 발레오만도는 프랑스 발레오그룹이 1999년 만도기계 경주 공장을 인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노조는 2001년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2010년 사측이 회사 경비업무를 외주하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 분쟁이 장기화됐고 과도한 투쟁에 반기를 든 다수 조합원들이 조직 형태를 다시 기업별노조로 변경키로 결의했다. 이에 금속노조 위원장 등 산별노조 간부들은 이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2010년 12월 발레오만도지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만도지회를 독자적 단체교섭권을 갖춘 노조로 볼 수 없다며 기업별노조 전환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원고인 금속노조 간부 측 대리인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산별노조가 공동으로 회사 측을 상대할 때 가질 수 있는 단결력을 강조했다. 이들은 “개별노조 지위가 없는 지회가 마음대로 탈퇴할 경우 산별노조가 와해되는 등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별노조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개별노조와 사측의 무한투쟁으로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고인 발레오만도지회 측은 산별노조를 보호해야 할 가치보다 개별 근로자의 노조 선택의 자유가 우선시된다고 맞섰다. 피고 측은 “발레오 본사는 한국 말고도 태국 중국 등 여러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며 “생산성을 고려해 물량이 부여되기 때문에 만도지회 입장에서는 노사 상생을 더 중시하는 노조를 선택해야 했고, 이 같은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은 각 대법관의 질문이 이어지며 예정 시간을 50분 넘긴 오후 4시20분 종료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여러 법리가 교차해 조화롭게 해석하기 까다로운 사건”이라면서도 “합리적인 결론을 위해 충분히 고려하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大法 ‘발레오만도’ 공개변론] 산별노조 집단탈퇴 법적으로 가능할까
입력 2015-05-29 02:46 수정 2015-05-29 0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