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국방장관이 직접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 섬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고, 중국은 이에 대해 “도발적인 언행”이라며 맹비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하와이 진주만에서 열린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취임식에 참석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이뤄지는 모든 간척사업은 즉각적이고 영구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카터 장관은 또 미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정찰·초계 활동을 최근 중국이 비난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개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제법이 허용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군사 비행과 항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시하기 위해 영해 인정 범위인 12해리 이내로 미 군함을 접근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카터 장관의 발언에 중국이 다시 발끈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가 중국 섬을 불법 점거해 건설 활동을 할 때는 아무 말 않고, 중국이 주권 범위에서 정상적 건설 활동을 할 때는 이러쿵저러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이중 잣대에 습관이 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건설 활동은 국제적 책임과 의무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할지는 중국인 스스로 판단할 것이며 그 누구도 중국에 어떻게 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 대변인은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듯 “일부 국가는 사익을 위해 남중국해에서 끊임없이 사고를 일으켜 중국의 영토주권을 함부로 도발하고, 또 일부 국가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여기에 현재 남중국해가 혼란스러워진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심사숙고해 행동해야 하며 모든 도발적인 언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은 29∼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美국방 “中 남중국해 인공섬 즉각·영구적으로 중단하라”
입력 2015-05-29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