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 갈등이 끝내 폭발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기준 가이드라인을 밝히려던 공청회는 노동계의 극렬한 반대 속에 무산됐다. 그러나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을 예외적으로 허용토록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해석 지침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노·정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에서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부 지침을 최종 발표하기 전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 차원이었다(국민일보 26일자 6면 참조).
공청회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양대 노총 조합원 300여명은 공청회 시작 1시간 전부터 12층 공청회장 앞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임금피크제 도입 시도 등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공청회 시작 15분여를 앞두고 공청회장 문이 열렸지만 대기하던 경찰들이 피켓을 든 조합원들의 입장을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로 비화됐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공청회장에 입장한 양대 노총은 발표 단상 앞을 점거했고, 공청회는 양대 노총의 시위장으로 변질됐다.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우리는 2007년 비정규직법, 2010년 타임오프를 막아내지 못해 수많은 노동자가 노동법 개악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 축사를 맡은 이기권 고용부 장관도 공청회장 입장을 시도했지만 이번엔 양대 노총 조합원들의 제지로 5분여간 대치하다 발걸음을 돌렸고 이후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공청회는 무산됐지만 노동계와의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양대 노총은 이날 공청회 저지를 시작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선 정책을 막기 위한 투쟁에 본격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다음달 15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며, 민주노총도 이르면 6월 말 총파업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갈등의 씨앗은 정치권이 뿌린 측면이 있다. 국회는 2013년 정년연장법을 통과시킬 당시 정부 및 노동계와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 더욱이 노동계를 의식, 어정쩡한 절충안을 법안에 넣었다.
정부는 정년 60세를 앞두고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노사 현장에 필요한 정부 지침을 이른 시일 내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임금피크제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노력, 임금삭감 허용 기준 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향후 대책을 논의해야겠지만 다른 방식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라도 기준 제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이슈분석-정부 가이드라인 마련 위한 공청회 무산] 勞-政 ‘임금피크제’ 충돌·파행
입력 2015-05-29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