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취업난 시대, 창업도 힘들다고? 이젠 創職이다!… ‘나만의 직업’ 발굴 고용대란 새 해법

입력 2015-05-29 02:48
송준호(30)씨는 국내에서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직업이 있다. ‘프로튜어먼트’다. 프로페셔널, 아마추어, 매니지먼트의 합성어로 재능은 있지만 이를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한 아마추어 음악인에게 공연과 음반 발매의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을 말한다. 송씨가 이 직업을 만들었기 때문에 국내 ‘제1호 프로튜어먼트’다. 그는 청년 음악인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꿈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직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송씨는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에 ‘악동뮤지션’을 발굴했고, 2013년엔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매출 2억원을 달성했다.

◇구직의 시대에서 창직의 시대로=송씨처럼 새로운 직업을 개발하거나 발굴하는 것을 ‘창직(創職·Job Creation)’이라고 한다. 최근 청년 취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창직이 주목받고 있다. 구직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경쟁이 매우 치열하여 붉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이라면 창직 시장은 ‘블루오션’(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것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고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에만 490여명에게 23억원의 창직 관련 지원을 했다.

창직은 명칭이 낯설지만 사례를 보면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2011년 초등학교에 배치한 ‘학교 보안관’은 창직의 한 사례다. 학교 폭력 등으로 학생들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자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직업을 만든 것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영화, 광고 등에서 음식 관련 장면을 연출하는 직업), 파티플래너(파티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직업),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직업) 등도 생활수준이 향상되는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탄생한 직업들이다.

창직의 방법 중 하나는 외국에서 이미 정착한 직업 가운데 국내 상황과 맞는 직업을 들여오는 일이다. 예를 들어 유품 정리사는 고독사의 증가에 따라 2000년 일본에서 먼저 등장한 직업이지만, 국내에도 2010년 도입돼 지난해 기준으로 50여개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품 정리사는 가족의 돌봄 없이 사망한 사람들의 유품, 재산 등을 정리하는 직업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한국에서 창직 가능성이 높은 해외 직업을 분석해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은 15개 직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국민소득 증가, 주5일 근무제 정착 등으로 여행 문화가 발전한 만큼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이미 성공한 직업인 건축여행 기획자는 국내에서도 곧 탄생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미 해외에서 ‘백패커유니버스’라는 회사가 성공해 유명한 여행 비디오 창작자도 국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프랑스 등에서 성업 중인 시니어 여가생활 매니저, 시니어 전화안부 상담사 등도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다.

◇창직 지원, 이제 걸음마 수준=현재 정부의 창직 관련 지원은 고용노동부가 진행하고 있는 청년취업아카데미의 창직 과정이 중심이다. 대학생들이 팀을 이뤄 연초에 창직 과정에 참여하겠다고 신청을 하고 선정되면 4월부터 11월까지 관련 교육과 지원을 받는다. 전문가 멘토링, 현장 실습 등의 과정으로 돼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창직어워드 연말경진대회’를 열고 우수 창직 프로젝트를 선정한다. 지난해 252개 팀 1527명이 창직 과정을 이수했다.

그러나 정부의 창직 관련 지원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다른 고용 정책에 비해 창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정원 한국창직협회 회장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단순히 구직을 돕는 것을 넘어 창직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중장년층을 위한 창직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