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8일 만에 7명으로 늘었다. 모두 첫 확진환자 A씨(68)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보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메르스는 환자 1명이 0.6∼0.8명에게 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1명에게서 무려 6명이 감염된 것이다. 지금껏 중동 지역을 제외하고 국가별 메르스 환자 수는 1∼4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보건 당국은 A씨에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초동 대응이 늦었던 게 패착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나 전염력이 생긴 뒤에도 메르스 최초·최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다녀온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메르스 환자가 나오지 않은 바레인에서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3일까지 농작물을 재배했다고만 이야기했다.
이렇다보니 의료진은 A씨의 병명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A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을 일찍 격리하는 데 실패하면서 그의 아내와 같은 병원 환자들, 환자의 아들·딸, 의사, 간호사 등에게 전파된 것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가 중동에 다녀왔다고 조금 일찍 밝혔다면 의료진이 더 서둘러서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도록 밀접 접촉자를 다시 확인하고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넓은 범위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3차 감염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3차 감염은 A씨에게 전염된 메르스 환자 B∼G씨가 또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경우를 말한다. 현재 감염자는 모두 A씨와 밀접히 접촉한 이들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2차 감염만 나온 상태에선 환자가 늘더라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환자들은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병원균과 바이러스가 빠져나갈 수 없는 음압격리병실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슈퍼 보균자’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유행 당시 환자 1명이 8명 이상 감염시키면 슈퍼 보균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슈퍼 보균자가 나오지 않았고, 바이러스 변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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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9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