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리 화해했어요”… 세르비아 총리, 앙숙 알바니아 사상 처음으로 공식 방문

입력 2015-05-29 02:38
코소보 갈등 후 처음으로 알바니아를 방문한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총리(왼쪽)와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회담을 가진 뒤 티라나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르비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앙숙 관계인 알바니아를 사상 처음으로 공식 방문했다. 경색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의 방문이지만, 진정한 화해라기보다는 유럽연합(EU) 가입 때문에 마지못해 떠밀리듯 방문했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해에는 알바니아 총리가 70년 만에 세르비아를 방문했었다.

세르비아는 기독교, 알바니아는 이슬람교가 다수 종교다. 양국은 세르비아 남부의 코소보 때문에 대치해 왔다. 인구 180만명의 코소보는 대부분 알바니아계다.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된 뒤 1990년대 말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격해졌다. 코소보는 결국 2008년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언했는데, 세르비아는 지금까지도 이를 인정치 않고 있다.

알렉산다르 부시치 세르비아 총리와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코소보 문제에는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분야에선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부시치 총리는 “코소보에 관한 우리 생각은 다르고 또 앞으로도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미래를 위해 경제협력을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마 총리도 “양국이 협력할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경제 협력을 유독 강조한 까닭은 EU가 회원국 가입 요건으로 ‘주변국과의 협력’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특히 세르비아에 대해선 코소보 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요건으로 내걸고 있다. 아울러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두 나라는 유럽과 두 나라를 잇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경제발전을 꾀하려 하고 있다. 그 건설비용을 EU에 빌리기 위해서도 서로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