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의 방역망에 구멍이 뻥 뚫렸다. 치사율 40%가 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28일 2명 더 확인되면서 7명으로 늘었다. 추가 환자에는 첫 감염자를 치료한 간호사 외에 이례적으로 같은 병동의 입원환자도 포함됐다. 게다가 메르스 환자를 밀접히 접촉한 남성이 격리되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까지 확인돼 방역체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문제는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아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람도 감염됐다는 점이다. 첫 감염자와 이 환자의 병실은 10m 정도 떨어졌고 화장실도 따로 썼다고 한다.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외래진료 대기 장소에서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미리 발병 의심자를 찾아내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당시 입원환자들을 일일이 추적해야겠다.
메르스 환자 접촉자의 중국 출국은 황당한 일이다. 이 남성은 첫 감염자와 같은 병실에 있던 세 번째 감염자의 아들이다. 병문안 뒤 발열 증세로 다른 병원 진료까지 받고 26일 출국했다. 그런데 감염자 접촉 가족을 파악했어야 할 당국이 병실 방문 사실도 미처 몰랐다니 어처구니없다. 뒤늦게 병원 신고로 그 가족과 의료진, 비행기 탑승객, 회사 동료 등 수많은 접촉자를 찾아 격리조치에 나서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방역 시스템의 문제점이 심각하다. 당국의 안이한 초동 대처와 뒷북 대응, 엉성한 격리 조치 등이 사태를 키운 셈이다. 이제 한국은 중동을 제외하고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메르스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가 0.7명꼴이라고 하는데 첫 감염자가 6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걸 보면 전염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첫 감염자가 바이러스 변이를 일으킨 ‘슈퍼 보균자’일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3차 감염 등이 우려되는 이유다. 불안감은 커지는데 보건 당국은 무능하기 짝이 없으니 한숨만 나온다.
[사설] 뒷북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방역 맡길 수 있겠나
입력 2015-05-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