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과거 일제가 한국에 범한 잘못을 회개하며 한·일 간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했다.
가가미 가나메(오케가와세쇼교회) 시바다 시에츠(우에노마치교회) 목사 등 일본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15명으로 구성된 ‘사죄와 화해 방문단’은 27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과거사 사죄와 한·일 선교협력 예배’를 드렸다. 이들은 과거 침략의 역사,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은 죄를 사죄하고 사과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우리 일본인은 한국인에게 일왕을 살아 있는 신으로 섬기는 우상숭배를 강요했다”며 “일본인이 범한 범죄를 주님의 이름으로 고백하며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암리교회에서 방화·살인을 하고 1938년 일본교회의 대표자가 신사참배를 강요했으며 창씨개명을 강제하고 조선인을 연행해 전쟁에 동원했다”고 회개했다.
방문단 단장인 무라오카 다카미쓰 네덜란드 라이젠대 명예교수는 ‘우리 하나님은 건망증이 심한 하나님이신가’(렘 31:31∼34)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하나님은 일본이 과거 한국에 지은 죄를 잊지 않으실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인이 지은 죄를 깨닫고 겸손히 머리 숙여 과거사 회개라는 새 삶의 방식을 택한다면 하나님은 우리 일본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깨끗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침략전쟁은 아시아에 많은 비극을 낳았다”며 “한국 광복 70주년인 올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형성을 위해 반드시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회개와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민족평화나눔재단 이사장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여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와 관련해 ‘사죄 표현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일본 총리 자문기구 ‘전문가회의’ 좌장 니시무로 다이조의 입에서 나온 시점에 일본 양심가들의 사죄는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기독인들은 예배 순서가 종료된 뒤 ‘우리는 이젠 됐어요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5m 길이의 플래카드를 들고 강단에 섰다.
이들은 20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절로 부끄러운 과거사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장내가 이내 숙연해졌다. 한국인 참석자들은 강단으로 뛰어나와 이들을 바로 일으켜 세웠다. 이어 태극기와 일장기를 번갈아 흔들며 벅찬 마음으로 찬송 ‘죄 짐 맡은 우리 구주’를 함께 불렀다.
예배에 참석한 김희진(47)씨는 “일본인들이 무릎을 꿇고 절까지 하며 사죄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진심이 느껴졌다”며 “오늘 이들의 말과 행동처럼 일본 위정자들도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한·일 관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방한한 이들은 27일 낮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관 1180차 수요시위에도 참석해 사과와 용서를 구했다.
용인=글·사진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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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범한 범죄, 주님의 이름으로 회개합니다”… 日 목회자 등 15명 방한해 무릎 꿇고 과거사 사죄
입력 2015-05-2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