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나가고 싶을 정도로 (임금을) 줄여야 한다.”(대학 4학년 취업준비생 A씨)
“청년 취업난은 경제 활성화로 풀어야 한다. 장년층의 임금을 깎아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3년차 직장인 B씨)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정 갈등이 고조된 28일, 이에 대한 청년층의 생각도 천차만별이었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청년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과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는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청년 취업난 해소와 장년 고용 불안 해소는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란 점에선 양측 의견이 일치했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 4학년 손모(24)씨는 28일 “청년세대의 취업난은 기성세대가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상황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버지(47)의 연봉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가족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고모(25)씨는 지난 3월부터 기업 20여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고씨는 “청년 실업의 1차 원인은 경제구조의 문제도 있지만 청년들 몫까지 차지하고 있는 중장년층의 영향도 있다”며 “청년들에게 취직과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한다면) 월급을 신입사원 정도로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청년층임에도 직장 초년생인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제조업 영업지원 부서에서 6년간 근무한 김모(33)씨는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에 대한 기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성격이지, 청년 취업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정년 연장에 따른 인사 적체 등 여러 문제를 단순히 ‘임금을 깎으면 청년을 더 뽑을 수 있다’는 논리로 풀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3년차 직장인 강모(24·여)씨는 “회사에서 일은 젊은층이 다 하고 월급은 직급 순으로 받아가는 걸 보면 부당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면서도 “청년 취업난은 경제의 파이를 키워 해결해야 한다. 임금피크제가 청년 실업 해소의 특효약인 것처럼 비춰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5개월차 신입사원 김모(27)씨는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과 맞물린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난 1월 입사하자마자 회사에서 임금피크제 얘기가 나와 당혹스러웠다”며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장년층의 고용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민철 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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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노·정 충돌] 청년층 엇갈린 반응
입력 2015-05-29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