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을 운용하는 증권사가 중도상환 평가를 앞두고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소송에서도 투자자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윤모씨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윤씨 등은 2005년 삼성SDI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대우증권 ELS 상품을 매입했다. 4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중간평가일에 삼성SDI 주가가 기준가격(매입 당시 10만8500원) 이상이면 액면 금액의 3% 이익을 붙여 상환하는 구조였다.
첫 중간평가일이었던 2005년 11월 16일 삼성SDI 주식은 10만8500∼10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중도상환 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그러나 대우증권이 이날 9만8190주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종가는 10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중도상환을 받지 못한 윤씨 등은 원금의 30%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었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의 이해가 상충할 때는 투자자 이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대우증권에 책임을 물었다. 증권사의 정당한 위험 회피 방법이었다고 본 1·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중도상환 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고,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헤지(위험회피)거래를 해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했다”며 “장 종료 무렵 기준가격 이하로 대량 매도 주문을 낸 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투자자 이익을 고려해 ELS 종가 조작 관련 집단소송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大法 ‘ELS 종가 조작’ 증권사에 첫 배상 판결
입력 2015-05-2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