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르포] 지진 고통의 땅 네팔 박해 받은 현장에서 구호활동 이끄는 두 목사 ‘정형성·살몬 타망’

입력 2015-05-30 00:47
네팔한인교회 정형성 담임목사가 지난 23일 지진 피해로 무너진 한글학교의 벽을 보여주면서 구호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회는 네팔 유일의 한인교회로 한글학교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네팔 현지인 교회인 에이지교회 살몬 타망 목사가 지난 22일 산악지대인 누아코트 설미 산지족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네팔 지진 피해를 입은 산지족들에게 전달할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지난 22일 가파른 산악지대의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
대지진이 발생한 네팔은 여전히 고통 중이다. 피해를 입은 주민은 대부분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거리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에 따르면 네팔 지진 피해 지역은 모두 7개 지역으로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서로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5월 중순까지 집계된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8250명, 파손된 가옥이 21만6000여채, 집을 잃은 이재민은 280만명에 이른다. 재건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 한인교회와 네팔교회도 구호활동에 참여해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네팔한인교회 정형성 목사와 현지 네팔교회인 에이지교회 살몬 타망 목사를 현장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진 이후 구호활동에 나섰으며 이전에 현지인들로부터 박해를 받은 공통점이 있었다.

네팔한인교회 정형성 목사
“일부 교인들 자녀 학비까지 털어 구제헌금”


지난 23일 네팔한인교회 담임 정형성(44) 목사를 만난 곳은 카트만두의 너쿠 지역에 위치한 한글학교였다. 교회는 한글학교를 임차해 쓰고 있었다. 정 목사는 이번 지진에 피해를 입은 학교 시설을 보여줬다. 중고등부의 예배실로 쓰고 있는 교실 한쪽 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그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수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네팔한인교회는 올해로 25년 됐다. 전체 교인 중 80% 이상이 선교사들이다. 담임목사는 선교사들이 1년씩 맡는다. 오래된 순으로 대표 목사를 선출한다. 정 목사는 13년차 선교사이다. 올 11월이면 담임 임기가 끝난다.

정 선교사는 네팔한인교회엔 다른 나라 한인교회엔 없는 특징이 많다고 했다. "네팔엔 한 개밖에 없는 한인교회이며 성도의 80%가 선교사이며 성도 절반이 목회자입니다. 매주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현재 250여명의 한인들이 출석한다. 성도 상당수가 선교사라는 점은 선교사들을 단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선교사들은 토요일 현지 교회에서 사역한 후 주일에는 한인교회로 나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 다양한 교단과 선교단체 출신의 선교사들이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예배 공동체의 저력은 이번 지진 구호에 선교사대책본부를 발동해 발 빠르게 대처토록 했던 원동력이 됐다.

정 목사는 "지진 구호에 선교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나섰던 이유는 예배를 함께 드렸기 때문"이라며 "본인이나 가족들도 지진 피해자로 트라우마를 갖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현지 구호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인 신두팔초크로 구제 활동을 가다가 지진을 만났고 산사태로 길이 유실되면서 타고 갔던 차를 그대로 놔두고 돌아와야 했다. 그는 선교사대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섬기며 세 차례에 걸쳐 구호 활동에 참여했다. 최근엔 피해가 발생한 한인들을 심방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교회는 지진 발생 후 현지 구호를 위해 구제헌금을 실시했으며 일부 교인들은 자녀 학비까지 털었다.

그는 "600여명의 한인들은 두려움과 공포 불면증 식욕부진 정신불안정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하다"며 "2차 지진으로 공포감에 떨고 있는 한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네팔한인교회는 지난해 1320㎡(400평)의 부지를 구입해 5월 첫주 기공예배를 드리려 했으나 지진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교회당 건립은 네팔한인교회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교회는 창립 이래 한 번도 예배당을 가져본 적이 없다. 모두 현지 건물을 임차해 사용해 왔다.

정 목사는 "선교사들이 현지인 교회를 세우는 데는 남다르지만 정작 한인교회 건립은 힘든 상황이었다. 부지 마련에만 7년 걸렸다"며 "네팔 유일의 한인교회에 교회당을 세워 명실상부한 선교적 교회가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 기금은 현재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1만 달러를 헌금한 상태다. 아직 2억원 정도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정 목사는 5년 전 단기선교여행팀과 산악지대 마을을 찾았다가 현지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예수' 영화를 상영하던 중 성난 마을 주민들이 장비를 망가뜨리고 정 목사에게 돌을 던졌다. 군중들은 침낭과 성경책도 불태웠다. 이 일로 정 목사는 우울증이 오기도 했으나 네팔인들의 영혼구원에 더 애착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진 후 트라우마를 겪는 200여 한인 선교사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진은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것입니다. 그런 재앙을 겪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면서 지진 구호에 초인적 활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런 하나님나라의 군인들을 모두 본국으로 불러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네팔한인교회 정형성 목사
“일부 교인들 자녀 학비까지 털어 구제헌금”


앞서 22일은 현지 교회인 에이지교회 살몬 타망(42) 목사를 만났다. 그는 이날 한국교회봉사단, 한인선교사회와 함께 누아코트 설미 지역 주민들을 찾아 긴급 구호 활동을 펼쳤다. 그는 구호활동에 앞서 5분 정도 자신들이 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여러분, 저는 기독교인이며 여러분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인은 기독교인만 돕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여기보다 더 오지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대재난 앞에서 종교가 다르다고 어떻게 차별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식량을 모두 받아 가십시오.”

타망 목사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교회에 대한 질투가 많다고 한다. 네팔 교회가 유례없이 성장하고 있고 이번 지진으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오면서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기도 하고 신문 등에 실리기도 한다.

타망 목사는 “우리는 구호품을 전달하면서 이재민의 사연을 듣는다. 구호활동 중에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기독교인들이며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뿐”이라고 했다.

에이지교회는 올해로 19년 된 교회다. 에이지는 ‘어셈블리오브갓(Assembly of God·하나님의 성회)’ 소속 교회로 첫 글자인 AG를 따서 에이지라 불렀다. 현재 300여명의 신자들이 출석하고 있으며 인근 마을에 자매교회 형태로 32개 교회를 개척했다. 그동안 교회 건축을 해왔으나 지진이 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지진 이후 원거리 오지 마을 구호에 나서서 지금까지 6000여 가정을 방문해 식품을 전달했다.

에이지교회는 타망 목사가 개척한 교회이다. 전도했던 한 명이 예수를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부흥했다. 기적도 일어났다. 심장병을 앓고 있던 여인이 기도로 나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목도하면서 교회를 찾아왔다. 기도로 병이 낫는 일은 계속 생겼고 그때마다 믿는 자들이 더 많이 생겼다. 한국처럼 통성기도와 성령세례, 방언이 특징이다.

네팔 교회의 성장이 계속될수록 현지 지배 문화도 반발했다. 네팔은 힌두 문화와 티베트 불교의 영향이 강하다. 주민들은 교회의 성장을 싫어했다. 툭하면 교회가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고 정부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교회를 감시했다. 하지만 치유의 기적들은 계속 일어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면서 교회는 점차 신망을 얻었다.

타망 목사는 고등학교 시절 한 교사가 전해준 쪽복음을 접하고 예수를 믿었다. 교사는 사람들을 개종시키는 행위 대신 쪽복음만 전했다. 타망 목사는 그 복음을 읽었고 예수가 진리라고 확신했다. “아마 마가복음의 구절이었을 것입니다. 그 말씀이 내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예수를 믿는 자들이 병이 낫고 인생이 바뀌는 장면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귀신 들린 형을 위해 기도하던 중 악령이 떠나는 기적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를 모든 가족이 지켜봤고 예수를 믿었다. 당시 그의 마을엔 믿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의 가족을 쫓아내려고 했다. 아무도 집에 찾아오지 않았고 함께 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타망 목사의 가족은 여전히 잘 살아갔다. 이를 본 주민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그리고 예수가 더 능력자임을 알게 됐다. 그의 고향 마을엔 지금 5개의 교회가 설립됐다.

타망 목사는 네팔의 다양한 종족 선교를 위한 교회를 꿈꾸고 있다. 그는 “에이지교회는 영적, 경제적으로 아직 미약하다”며 “현지 지도자를 세워 그들이 복음을 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은 100여개의 종족 그룹이 있으며 네팔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독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트만두·트루실리(네팔)=글·사진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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