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웅성웅성하던 관중의 기침소리, 군소리도 삼현육각의 타령조가 한결 높아지면서부터 뚝 그치고 밤하늘의 별을 인 장내에는 불우리에 불이 타오르는 소리.” 봉산탈춤이 재현되는 현장 묘사이다. 1960년 언론인 예용해는 이발사 김진옥(金辰玉) 노인이 ‘돌아갈 길 없는 이북 봉산 땅의 탈춤놀이’를 살려낸 연희를 처음 보도하였다.
지금 황해도 봉산탈춤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초·중·고 25개 교과서에 나온다. 역동적인 춤사위와 화려한 오방색 의상, 그리고 유머 넘치는 재담과 노랫가락으로 구성한 봉산탈춤의 줄거리는 짜임새가 있다. 양반과 말뚝이, 노승과 취발이, 영감과 할미, 첩과 할미는 평등하지 않던 세상의 상징이었다. 거기서 탈을 쓴 양반, 노장, 거사의 위선이 마구 드러나고 한껏 조롱을 받는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는 희망도 펄쩍펄쩍 뛰는 춤 속에 담겨 있다.
봉산탈춤은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7호로 지정됐다. 봉산탈춤보존회는 오는 31일 오후 3시 국립중앙극장 하늘극장에서 무료 정기공연을 갖는다. 50여명의 연희자가 27개의 가면을 쓰고 나와 봉산탈춤 7과장이 모두 공연되는 것은 일년 중 이날뿐이다. 탈춤 배우기 행사도 곁들여진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황해도 가면극 최고봉, 봉산탈춤
입력 2015-05-2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