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하나님의 정원

입력 2015-05-30 00:34
요즘 아침마다 정원을 산책하며, 지난해 가을과 초봄에 심은 나무와 갖가지 꽃들을 돌아보노라면 창조주 하나님의 예술적인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담장에 피어난 연노랑 장미와 고혹적인 자줏빛 작약, 다양한 빛깔의 수국, 계단을 타고 오르듯 층층이 꽃이 피는 디기탈리스와 가녀린 소녀 같은 범 부채, 주먹만큼 큰 흰색 꽃덩이가 소담스레 매달린 불두화, 성급하게 열매 맺은 블루베리 등의 꽃들과 보라빛깔 사계국화, 곁을 지나쳐만 가도 향기에 취하는 연분홍의 향 달맞이, 진노랑빛깔 애기똥풀 같은 야생화와 순백색의 아우라가 빛나는 마가레트 군락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힐링을 주는 최고의 천연치료제이다.

아침마다 물을 주고 마른 가지들을 전정해 주며 누렇게 바랜 잎사귀와 꽃잎을 부지런히 따주지 않으면 아름다운 정원은 며칠 못가 어지러운 세상같이 변해서 게으름을 피우려 해도 피울 수가 없다. 멋진 정원을 보기 위해서는 땀 흘리는 수고의 대가를 치러야 하니 정말 세상에 공짜는 하나도 없다. 정원을 초토화시키는 억센 잡풀들을 뽑다가 봄바람이 살랑대는 정원 한가운데 서면 온갖 꽃들이 마치 창조주 하나님을 향해 두 팔을 한껏 흔들고 춤추며 찬양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성격도 모습도 각각 다른 인간 군상들이 살고 있는 이 지상의 정원도 우리 하나님 보시기에는 야생화와 이름 모를 잡초가 어우러진 우리 집 정원과도 같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듯 우리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창조물인 우리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이 지상의 정원을 얼마나 기뻐하시며 가꾸고 계실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온다. 오늘 같은 주말 아침엔, 어슬렁어슬렁 동네 한 바퀴를 걸어보자. 길가 담장에 곱게 핀 넝쿨장미 향기도 흠뻑 들이마시며 찬양도 부르고, 감사의 계절 5월을 손 흔들며 배웅해 주자.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