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7일 “혁신위원회의 활동기간 중 패권과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파의 모임조차 중지하기를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 혁신 방안에는 여전히 말을 아끼는 가운데 당내 인사들을 만나며 여론 수렴에 나섰다.
◇“새정치연합, 절벽 위에 있다”=김 위원장은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임명 후 첫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의 현 상태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민둥산’으로 규정했다. 그는 “권력을 소유하겠다는 패권과 개인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우산(인간의 탐욕으로 민둥산이 된 중국 제나라의 산)의 싹을 먹어치우듯 새정치연합을 민둥산으로 만들고 있다”며 “국민과 당원들은 새정치연합을 ‘무능력 정당’ ‘무기력 정당’ ‘무책임 정당’이라고까지 한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는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의 무겁고 준엄한 혁신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의 모든 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겸허히 혁신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혁신위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위는 오직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로 혁신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 “새정치연합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다”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절박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서도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를 함께할) 위원들께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함께해 주셔야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당 지도부에도 혁신 동참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당 지방분권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당 ‘을지로위원회’ 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혁신위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조만간 김한길 전 공동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은 여전히 “의견수렴 중”=김 위원장은 강력한 혁신 의지를 밝혔지만 구체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혁신위 구성 시기 및 인선과 관련해 “지금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과정으로 인선이나 구성, 운영, 활동기간은 모두 혁신위에 위임돼 있다”며 “오늘(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 초까지 (혁신위 인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 나오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혁신위 부위원장 영입에 대해서도 “아직은 고민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당내 의견수렴 방식과 관련해선 “국민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계파에 매여 의견수렴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호남·486 물갈이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 전혀 거론되거나 생각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혁신기구 구성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인선과 활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표는 혁신위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양승조 사무총장 이하 정무직 당직자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사실을 전하며 인적 쇄신 의지도 강조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김상곤 “패권·계파 이익이 黨 민둥산으로 만들어”
입력 2015-05-28 03:43 수정 2015-05-28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