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세대 간 도적질에 비유한 데 대해 “어감이 안 좋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주의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문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해당 발언에 대한 야당의 추궁이 이어지자 “후세 부담이 늘어 세대 간 형평성을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말했다. 회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정부 보고를 듣기 위해 열렸지만 문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으로 분위기가 격앙됐다. 문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다음 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을 세대 간 도적질에 비유해 야당의 반발을 샀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어떻게 ‘세대 간 도둑질’이라는 막말을 할 수 있느냐. 언행을 조심하라”고 여러 번 쏘아붙였다. 문 장관은 “수많은 참고문헌에 나오는 학술 용어”라고 버티다 결국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장관이 수치, 단어에만 집착할 뿐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 제도를 어떻게 논의해 결실을 맺을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구에서 공적연금 강화 방안이 잘 논의될 수 있도록 퇴진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몰아붙였다. 앞서 문 장관은 회의 시작 전 거취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적절치 않다”고만 언급했다.
다만 문 장관은 발언의 진위에 대해선 “틀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제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잘못된 수치를 제시하면서 국민을 현혹시킨 적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일각에서 오해할 소지가 있는 통계가 발표됐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재정 추계의 결과를 말하려면 전제가 확실해야 된다”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 포인트만 높이면 소득대체율을 10% 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야당) 주장은 2060년 기금 고갈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문 장관은 국내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보건 당국 수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자세 낮춘 문형표
입력 2015-05-28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