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먹튀’도 모자라서 ‘5조원 소송’ 이기려고… 론스타, 美 의회·정부 전방위 로비

입력 2015-05-28 02:10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일으키고도 한국정부에 5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장기간 미국 의회와 정부에 전방위적 로비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 한국정부로부터 ISD 합의종결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란 분석이 제기된다. 앞으로 계속될 해외투자자들의 ISD에 대응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미 상원이 공개한 로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론스타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해외 투자 관련 무역 이슈’를 골자로 미 백악관과 상·하원, 상무부(DOC), 무역대표부(USTR) 등을 상대로 로비를 진행했다. 론스타는 이를 위해 분기마다 3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했다. 워싱턴DC에 있는 로비 전문 대형 로펌 애킨검프가 로비스트 역할을 맡았다.

론스타의 로비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조세 분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론스타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해 미국으로 돌아간 이후 “더 받아야 할 돈이 있다”는 태도를 보였고, 줄곧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찬동하는 로비활동을 벌여 왔다.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로비 액수가 373만 달러에 이른다. 한·미 FTA 일반 홍보, 한국 내 미국 투자자본 보호 등이 주요 로비 이유로 신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이번 로비는 미 정부가 우리 정부를 압박해 합의종결을 이끌어내고, 합의 시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달라는 의도일 개연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 혈세 5조원을 두고 벌어지는 론스타와의 싸움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는 2년간 주미대사관과 한·미 FTA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했던 로펌 시들리오스틴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 통상 분쟁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수를 읽으려 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지휘를 받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서 소송이 열린다는 점도 악조건이다.

그럼에도 ISD의 특성상 일반 재판과 달리 소송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국민적 우려는 크다. 론스타의 소송 가액은 해마다 높아지지만 과연 어떤 근거로 그들이 5조1000억원대(이달 현재 46억79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쟁점과 주요 증인도 감춰져 있는 상황이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는 “모든 ISD 중재는 판례가 아닌 일회성 판단에 따라 확정됐고, 하나하나 비밀에 부쳐져 있다”며 “론스타의 로비는 이러한 밀실 판정을 염두에 둔 치밀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론스타 ISD를 시작으로 해외투자자들의 유사 소송이 물밀 듯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ISD는 협정문의 허점을 찾아 천문학적 성공보수를 노리는 국제변호사 업계의 ‘블루오션’이 됐다. 현재 이란계 가전회사 엔텍합, 네덜란드의 석유투자회사 하노칼이 정부에 ISD 중재의향서를 보낸 상태다. 박 의원은 “정부 법무공단의 역량을 키워 다가올 ISD 분쟁에 따른 정부 차원의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