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내놓은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방안의 골자는 민간이 잘하는 기능은 민간에 맡기고, 공공기관끼리 중복되는 기능은 통폐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5700명의 일자리와 7조6000억원의 예산이 줄어들거나 조정된다.
대대적 구조조정이 예고됐던 것에 비해 실제 통폐합되는 기관은 4곳에 불과해 ‘용두사미(龍頭蛇尾) 격 기능 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규모 인력 조정에 따른 공공기관 노조 등과의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LH 택지 개발·건설 최소화, 주거복지에 초점 맞춘다=공공기관과 민간 영역이 겹치는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 분양 기능이다. 정부는 특히 민간 업체들의 투자와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중대형 주택 분양 사업에서 LH가 손을 떼도록 했다.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토지개발 역시 기존에 시작한 사업을 빼고는 폐지키로 했다. 대신 민간 업체 참여가 쉽지 않은 60㎡ 이하 소형 주택 분양과 임대주택 공급 사업 등 주거 복지 차원의 기능에 집중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감정원의 보상·담보평가 등 감정평가 업무를 모두 폐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 감정평가 시장이 성숙됐다고 판단돼 이 기능을 모두 민간으로 이양하고 대신 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사와 산정 등 공적 기능만 남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전시장 운영 기능은 민간 위탁이 추진되고, 한국농어촌공사의 설계·감리, 저수지 수변개발 사업 등도 민간에 개방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유통도 온라인쇼핑몰 사업에서 철수한다.
통폐합되는 기능은 대부분 공공기관 간 역할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우다.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과 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 이원화돼 있던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기관을 하나로 통합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해오던 직불제 정보관리는 직불제 이행점검을 해오던 한국농어촌공사로 일원화된다. 체육 영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정원이 17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돼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개발원으로 통합키로 했다.
◇노조 반발 등 갈등 불가피=정부는 다음 달 초까지 부처별로 구체적 추진일정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각 기관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능 조정으로 직접 조정될 인원만 5700명이고, 간접적인 영향 등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력 조정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계획에 대해 강력 반발해 왔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도 “기능 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는 물론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없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대한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기본 방향을 가지고 적극 설득해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능조정안이 이미 상당부분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폐합설이 강하게 제기됐던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의 경우 부산항만공사 노조의 강한 반발에 무산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합치는 방안 역시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 기관 간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구조적으로 기능 조정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면서도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노린다는 초반 목표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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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중복 기능에 ‘메스’… 녹색사업단 등 4곳은 없애
입력 2015-05-28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