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이규태, 실패한 ‘X 프로젝트’

입력 2015-05-28 02:41
일광공영은 해외 IT 업체 S사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영상분석 프로그램을 불법 복제하기 위해 2012년 3월 초 작전을 계획했다. 작전명은 ‘X 프로젝트’.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은 이 프로그램을 국산화한다는 명목으로 군 당국으로부터 수백억원의 국가 예산을 받아냈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S사로부터 405만 달러(약 48억6000만원)에 구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구매대금이 S사에 전액 지급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S사가 잔금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에 ‘타임록(Time Lock)’을 걸어 둔 것. 타임록이 걸린 프로그램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작동하지 않는다.

당시 일광공영 측 고모(50) 부장은 강원도 공군기지에서 영상분석 프로그램에 타임록이 설치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회장으로부터 ‘현장에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은 그는 2012년 4월 초 이메일로 X 프로젝트를 보고하고, 실행명령을 받았다. 타임록을 풀기 위해 프로그램과 소스코드를 훔치는 작전이다.

고씨는 같은 달 18일 이 회장에게 ‘X, (금요일), 우천 예상되어 진행 추진, 동해 투어 중 실시, 본사 인력 지원 요청(2명)’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틀 뒤인 금요일에 작전을 실행할 테니 인원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일광그룹 계열 W초등학교 직원 2명을 급파했다.

고씨는 ‘D데이’에 “삼척으로 바다 구경 가자”고 S사 직원들을 꼬드겼다. 이들과 자정까지 삼척에 있는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그 사이 일광공영 측 직원 2명이 S사 직원의 숙소에 몰래 잠입, 프로그램을 복사했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복제한 프로그램과 공군부대에 설치된 프로그램의 버전이 달라 타임록을 해제할 수 없었다. 결국 타임록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착한 EWTS가 최종 납품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저작권법 등 위반 혐의로 이 회장과 고 부장 등 3명을 추가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합수단은 이 회장을 상대로 군 로비 등 추가 범죄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