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기·금리인하만으론 부족… 해외투자 늘려 경제 살린다

입력 2015-05-28 02:20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규모가 8년 만에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7년 정부의 해외 투자 독려로 크게 늘었던 기관의 해외 증권 투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감했다가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개인·기업의 해외 투자 촉진 종합대책을 포함시켜 주마가편(走馬加鞭)에 나선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통화완화 정책에 더해 해외 투자 활성화로 원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해외 투자 활성화 정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서도 경쟁적으로 시행 중이다. 자국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저금리로 악화된 수익구조의 개선을 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국이 나서고 있다. 서로가 상대방의 자산을 사주는 모양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의 국외 외화증권(주식·채권·외화표시증권) 투자 잔액은 1057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77억5000만 달러 늘었다. 이는 2007년 말 1165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외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신규 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잔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 해외 주식 투자 매매차익 3년간 비과세 적용으로 해외 펀드 투자 붐을 일으켰던 것처럼 8년 만에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지원책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이 같은 해외 투자 활성화가 원화 약세 유인책이며, 저금리·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전체 자산배분 재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 가치가 올라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 해외 투자 확대로 원화 강세 억제에 나서는 것이다. 또 저금리로 국내 수익구조가 악화돼 해외 투자를 통해 플러스알파(+α)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 측면도 있다.

일본도 아베노믹스와 맞물려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3년 일본 공적연금의 해외 증권 비중은 전체 자산의 22%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40%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의 해외 증권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 개인투자자에게 해외 증시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적격개인투자자제도(QDII2)’가 이르면 연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자유무역구 등 6곳이 QDII2 시범 시행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중·일 3국의 해외 투자 확대는 서로가 서로의 자산을 매입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장화탁 연구원은 “경쟁적인 해외 투자 정책은 자산가격 상승에 긍정적”이라며 중국계와 일본계 자금의 국내 자산 편입 확대를 예상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정하늘 연구원은 올해 QDII2 시행으로 ‘왕서방’의 해외 주식 직구가 시작되면 한국 증시로 4억1000만 달러 정도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