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은애] 혈세 걸린 론스타 소송… 정보공개 시늉만

입력 2015-05-28 00:30 수정 2015-05-28 18:37

한국의 첫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1차 심리가 끝났다. 론스타가 2012년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비밀주의를 고수해 왔던 정부는 26일 처음으로 자료를 배포했다. 이미 알려진 지금까지의 준비과정만이 간략히 담겼다. 국민 혈세로 치러지는 소송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각계각층의 비판에 정부가 마지못해 공개하는 척 시늉만 하는 모양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등을 매각하고 수조원의 매각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난 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신청을 냈다. 소송가액은 5조원을 넘는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소송에서 패하면 국민 1인당 10만원씩 물어줘야 한다”며 관련 정보 공개를 강하게 요청했다.

정부는 재판전략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보도자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중재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소송가액조차 정부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총액과 함께 손해배상금 5조원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중요하다”며 “론스타가 금액을 산정했기 때문에 알려져도 소송 유불리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정부는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정부가 미국 기업과 ISD를 할 때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밀실 대응은 ‘특혜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꼼수란 지적도 나온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경우 ISD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대주주 적격성이 없는 산업자본에 외환은행을 넘겨줬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 부호 만수르의 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ISD를 냈다. 정부는 이번에도 비밀로 일관했다. 정부는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혹시 정부의 잘못이 있었다면 개선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혈세를 들여 소송에 임하는 정부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박은애 경제부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