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이 칼 하나로 신림동을 제압했지….”
2012년 9월 폭력조직 ‘이글스파’ 두목 윤모(53)씨는 서울 관악구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 신축공사 현장사무실을 찾아가 시행사 대표 정모(53)씨에게 과도 모양의 칼을 꺼내놓았다. 윤씨는 신림동 유흥가에서 활동하던 ‘한가람 청년회’를 모태로 1993년 이글스파를 결성한 인물이다. 이글스파는 한때 서울 서남부 최대 폭력조직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현재도 조직원 103명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윤씨는 1998년 보복범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조직원들은 아직도 그를 ‘오야붕’으로 부른다고 한다.
윤씨는 2008년 10월 자신의 유흥주점이 세 들어 있던 가야쇼핑 건물의 철거 문제로 정씨를 만났다. 그는 “내가 누군지는 들었겠지? 다른 말 필요 없고 6억원을 줘야 나간다”고 윽박질렀다. 다른 상인들이 받았던 이주비의 100배 이상을 부른 것이다. 겁먹은 정씨는 요구대로 6억원을 송금했다.
윤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3년 8월 월세 50만원인 가야위드안 3층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1년4개월간 사용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협박에 못 이겨 정씨는 이미 2억원에 분양이 완료된 사무실을 내줘야 했다. 윤씨는 건물 2층에서 100여평 규모의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다 두 달 만에 폐업했는데, 돈 한 푼 내지 않았다. 정씨는 월세와 전기세 등을 달라고 요청했다가 윤씨로부터 “내 앞에서 돈 얘기를 하느냐”는 폭언만 들었다.
정씨는 지난해 3월 가야위드안 신축·분양 과정에서 3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검찰에서 윤씨에게 당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윤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내가 누군지 알아?” 6억 갈취한 왕년 조폭 두목… 공사현장 칼 보여주며 공갈 협박
입력 2015-05-28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