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北, 核 역주행에… 3자, 당근 대신 채찍 들어

입력 2015-05-28 02:57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협의를 시작하기 전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서영희 기자
넉달 만에 다시 만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27일 협의를 마친 뒤 단 한 번도 ‘탐색적 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실시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대남 군사도발 위협 강도를 더욱 높이는 상황에서 ‘대화 테이블로의 견인’이란 전략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체제는 앞으로 대화 모색보다는 대북 제재 강화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한·미·일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가능성에는) 기존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압박을 강화할 새로운 수단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과 접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북한은 우리가 핵 문제에 대해 진지한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이해하리라 본다. 이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뉴욕 채널을 통해 개별적으로도 전달했다”고 했다.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놨지만 북한이 스스로 이 문을 걷어찼다는 의미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대북 압박을 높이는)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어떤 압력이 효과적인지 생각해가면서 (압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역주행을 할수록 국제사회의 압박과 대외적 고립은 심화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기도 했다.

올해 초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탐색적 대화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면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겠다는 제의였다. 하지만 북한이 SLBM 시험 등으로 핵 공격 능력 증강을 꾀하자 이번에는 제재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한·미·일은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황 본부장과 성 김 대표가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연쇄 접촉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성 김 대표는 “우리(한·미·일 3국)는 5자의 단합을 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중·러가 우리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는 점에 동의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방중과 관련해 “북한을 협상에 끌어내는 데 중국이 어떻게 기여할지 내일 충분히 협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황 본부장은 “중·러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계속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도 북핵을 용납하지 않는 점에서 한·미·일과 인식을 같이한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