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中 자폐청년·후원 사업가, 159일간의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5-05-28 02:34 수정 2015-05-28 13:38
자폐증 환자인 천밍(왼쪽)과 자선사업가인 더우이신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중국 종단 일주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8월 중국 북쪽 끝 헤이룽장성을 출발, 159일간 7000㎞를 달려 이듬해 5월 남쪽 끝인 하이난섬에 도착했다. 차이나데일리

잘나가는 베이징 사업가 더우이신(52)이 자폐증에 대해 알게 된 건 7년 전이었습니다. 친구로부터 자폐증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재활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자폐증 환자는 무척 외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어렵고 그래서 사귀기도 힘듭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 같다’고 해서 보통 ‘자폐증(自閉症)’이라고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그래서 ‘고독증(孤獨症)’으로도 불립니다. 자폐증 어린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그들에게 사람들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친구와 의기투합해서 베이징에 ‘베이징진뎬특수아동건강회복훈련센터’라는 긴 이름을 가진 재활센터의 문을 엽니다. 2008년부터 2012년 6월까지 4년6개월 동안 100명의 자폐증 어린이와 함께 처음 투자한 400만 위안(약 7억원)을 모두 써버립니다.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차이나데일리에 27일 “우리한테 아이를 보내는 가정은 거의 가난하다”면서 “그들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 아이들을 위한 모금을 위해 중국 종단 여행을 계획합니다. 마치 이별여행처럼 말입니다. 그때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천밍(23)의 엄마가 더우이신을 찾습니다. 여행을 아들과 함께해달라는 거였습니다.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나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2012년 8월 24일 두 사람은 중국의 북쪽 끝인 헤이룽장성 모허촌(일명 북극촌)에서 작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때로는 폭풍을 만나기도 하고 더위에도 시달렸습니다. 더우이신에게는 특히 자폐증 때문에 기분이 수시로 변하는 천밍을 돌보는 수고도 더해졌습니다.

큰 도시를 지날 때마다 지역 자선단체들과 모금활동을 벌이고 자폐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합니다. 더우이신은 말합니다. “보는 것만으로 자폐증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오해하고 욕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폐증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이상한 듯한 행동을 이해하고 참을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천밍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더우이신은 왜 자폐증을 가진 어린이들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왜냐면 그 애들은 순진하고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대해도 그들은 항상 다정하게 응대할 겁니다. 왜 그러는지 물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미소를 건네면 그들도 온 맘을 담아 미소를 돌려줄 겁니다.” 더우이신의 대답입니다.

2013년 5월 31일 그들의 여행은 남쪽 끝 하이난섬의 산야에서 끝납니다. 7000㎞, 159일에 이르는 긴 여정은 ‘사랑과 고독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여행기로 최근 출판됐습니다. 당초 이별여행으로 생각했지만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지난해 두 사람은 쓰촨성 청두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까지 또 다른 여행을 했습니다. 이 여행에는 다른 한 명의 자폐증 청년과 3명의 자원봉사자가 동행했습니다. 더우이신은 ‘고독의 여행’ 외에도 새 자폐증 재활센터를 베이징에 세웠습니다. 간단한 기술도 가르치는 ‘자립센터’의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들은 아마 나중에 다른 책에서 읽을 수 있겠죠.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