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혁신위 출범이 연례행사 안 되려면

입력 2015-05-28 00:40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27일 당 개혁의 밑그림을 내놨다.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한 변화가 핵심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과거를 이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혁신은 과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역사의 필연이고 시대의 책임”이라고 주문했다.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올바로 읽지 못하고 지금처럼 친노와 비노로 갈려서는 당에 미래가 없다는 진단이다.

김 위원장이 무능력, 무기력, 무책임에 빠져 있는 당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었다. 선거 후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변화를 모색하기는커녕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계파싸움만 하고 있으니 지지율이 곤두박질하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정당에 계파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상호 견제와 균형이라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친노와 비노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분열의 정치만 반복하는 등 긍정적 측면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계파는 없애는 게 마땅하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은 이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혁신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당의 혁신을 위해 구성된 한시적 기구다. 김 위원장이 약속한 정당개혁·공천개혁·정치개혁을 이루려면 혁신위에 그만한 권한을 줘야 한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물론 비주류인 비노가 혁신위 활동에 간섭하는 순간 도로 새정치연합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혁신위 인적 구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혁신위가 계파 나눠먹기로 구성된다면 계파의 기득권에 막혀 혁신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혁신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텃밭인 호남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물갈이 경계론’이 그것이다. 기득권에 손을 대면 조직적으로 저항할 기세다. 게다가 김 위원장 역시 문 대표 사람이기 때문에 혁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비노의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김상곤표’ 혁신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혁신의 성패는 결국 이러한 기득권의 높은 벽을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다. 계파적 시각에서 접근하면 혁신은 백년하청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즉생의 각오로 바꿀 수 있는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에게 ‘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혁신의 진정성을 느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 문제를 아무 상관없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등과 연계하는 구태정치를 되풀이하면서 당을 혁신하겠다고 하는 건 양치기 소년의 외침과 오십보백보다.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정치로는 결코 혁신을 이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