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연금학회가 새누리당의 의뢰를 받아 마련한 ‘개혁안’을 발표하며 논의가 본격화된 지 7개월여 만이다. 여야와 정부, 공무원, 연금 전문가 등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기득권층의 반발을 넘지 못해 개혁의 효과가 당초 기대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더 내고 퇴직 후 받는 연금은 깎이게 된다. 매월 내는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여율은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기준소득월액의 7%에서 9%로 오르고 연금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9%에서 1.7%로 낮아진다. 여기에 내년부터 5년간 연금 동결, 유족 연금지급률 70%에서 60%로 조정, 연급 지급개시 연령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 확대 등이 포함됐다.
등을 떠밀려 한 개혁이지만 공무원들로서는 많은 양보를 한 셈이다. 하지만 선뜻 박수가 나오지 않는다. 개정안이 시행돼도 당장 내년에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 적자보전금은 2조1689억원이나 된다. 하루 59억여원꼴이다. 적자보전금은 연금 동결이 끝난 이듬해인 2021년 3조원을 넘어서고 2025년에는 6조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85년까지 70년간 쏟아부어야 할 보전금은 총 741조1114억원이다. 70년에 걸쳐 333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적자보전액은 연평균 10조원을 웃돈다.
공무원 개인이 내는 보험료만큼을 정부가 사용자로서 재정에서 부담하고 있는데 이와 별개로 거액의 보전금까지 추가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메운다는 건 복지 확대나 성장동력 확보 등 긴요한 다른 분야에 투여될 예산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연금제도의 목적이 노후 안전판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재정건전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번 개혁이 미봉책에 그침에 따라 머지않아 공무원연금 개혁 요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 논의를 위해서라도 이번 연금 개혁과정에서 미흡한 점을 짚어봐야 한다. 가장 아쉬운 건 특정 연령 이상이 되면 연금이 삭감되는 연금피크제가 무산된 것이다. 나이가 80대가 되면 활동이 줄기 때문에 생활비도 덜 드는 게 일반적이라 연금도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고령일수록 의료비가 증가하는 문제는 건강보험제도 등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이번에 부분적으로 도입된 소득재분배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 그게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적연금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현재 공무원연금 수령자 중 월 300만원 이상 수령자의 비율은 20%를 웃돈다. 올해 2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105만1048원이고 20년 이상 가입한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액이 87만1870원인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공무원연금은 과거 ‘박봉’과 ‘신분적 제약’에 대한 보상 측면이 있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급여나 직업의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직은 비교적 ‘좋은 직장’으로 분류된다. 올해 공무원 평균보수는 월 467만원(연봉 5604만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다른 공적연금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개정안 국회 통과와 함께 활동할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기구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 증세까지 열어둔 재정 검토 등 폭넓은 논의를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고 해법을 찾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내일을 열며-라동철] 미완의 공무원연금 개혁
입력 2015-05-28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