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약처의 소홀한 식품관리가 백수오 사태 불러

입력 2015-05-28 00:40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가운데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진짜 백수오 제품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백수오 제품 207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나오지 않은 것은 단 10종뿐이라고 밝혔다. 40개 제품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됐고, 157개 제품은 가열 등으로 인해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사실상 백수오라고 알려진 제품 대부분이 가짜라는 얘기다.

문제는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이번 식약처 발표로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59개 제품 중 1개를 제외한 58개 제품에 대해 ‘확인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중 45개는 가짜 백수오 사태 진원지인 내츄럴엔도텍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었다. 또 157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거의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32개 백수오 제품 중 21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사용됐음을 확인한 최근 조사 결과와 비교된다 하겠다.

식약처는 가짜 제품은 압류 후 폐기처분하도록 했지만 ‘확인불가’로 판정한 제품은 제조·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회수 또는 판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진짜라는 걸 입증하면 다시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식약처도 밝혀내지 못한 마당에 생산자가 직접 입증하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지키는 것이 기본 임무다. 박근혜정부 들어 식약처가 식약청에서 승격된 이유도 식품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데 있다. 식약처는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하는 차원에서 과학적 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이엽우피소 독성시험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식품 인증 후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치밀하고 한 단계 높은 검증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