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자동차 조선 철강업체들의 고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1분기 미국 판매량은 6.9% 증가했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은 7.8%에서 7.9%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반면 일본 도요타의 1분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5% 늘어났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13.9%에서 14.6%로 높아졌다. 도요타는 엔·달러 환율이 목표치보다 1엔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이 400억엔(3599억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요타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8% 늘어난 2조7000억엔(24조291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엔저 및 주요 수출국의 환율 문제를 영업이익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저를 무기로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면서 현대차는 유럽에서도 고전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럽시장 점유율이 3.4%에서 3.3%로 떨어졌지만,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지난해 유럽에 최대 18%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27일 “엔저 현상은 일본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업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역으로는 북미와 아시아·중동, 차급에서는 중소형 승용차와 SUV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단기적인 판매 경쟁력뿐 아니라 연비, 친환경차 등 중장기적인 경쟁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도 일본 조선업체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지난 1월 월간 선박 수주량에서 7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술력에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 굉장히 무서운 상대가 된다”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체들이 그동안 한국이 대부분 수주했던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물량을 늘려가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철강, 화장품업계 등도 엔저로 인한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상승을 우려스럽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원자재를 수입하는 만큼 당장 엔저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지만, 상황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홍성일 재정금융팀장은 “일본 기업들이 올해 들어 엔저를 가격에 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당분간 엔저가 계속될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엔화 추락 비상] 국내 자동차·조선·철강업계 ‘엔저 시련’ 가속화
입력 2015-05-28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