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한인 회장이 뭐길래…

입력 2015-05-28 00:10

‘한국인이 두 사람 이상 모이면 협회를 만든다.’ 미국 동포사회에서 일부의 ‘감투 욕심’을 비꼰 우스갯소리다. 뉴욕, 뉴저지에 사는 동포는 최소한 32만명으로 추산된다. 1년 안팎의 단기 체류자, 유학생, 무비자 입국자에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50만명으로 본다. 그곳에 비슷한 이름의 한인회는 수백 개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메릴랜드에는 20만명이 넘는데 공식 파악한 한인 단체만 70여개다.

지난 26일자 뉴욕타임스(NYT)에 뉴욕 한인회 얘기가 크게 났다. 한인회장 ‘막장 선거’ 때문이다. 기존 회장과 도전자, 두 사람이 출마했는데 선관위가 사전선거를 이유로 도전자의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그러자 전직 회장단 모임이 회장을 탄핵했고, 별도 선거에서 도전자를 당선시켰다. 양측이 취임식을 위해 뉴욕 한인회관을 차지하려다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둘 다 자기가 회장이라고 하니 경찰이 어이없어하다 철수했다고 한다. 현재는 소송 중이다. 한인회 연합체인 미주한인총연합회도 현재 회장이 두 명이다. 내부 세력다툼으로 각각 결의나 총회를 통해 회장이 됐다고 우기는 중이다.

저질 선거판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정치에 관심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일부 인사들은 고국의 유력인들이 방문했을 때 호스트로서 맞상대할 수 있는 위상을 원한다. 게다가 여야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방문해 투표권이 부여된 동포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다. 은근히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줄 수 있다는 ‘비공식 공약’까지 곁들여서. 한 교민은 “그렇게 한국 국회의원으로 진출한 사례도 있고, 그래서 일부가 헛바람이 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해외동포 참정권이 부여된 이후 몇몇 한인회에는 국내 정치 바람이 들었다. 유대계, 일본계 교민들은 미국 유권자로 등록해 정치적 힘을 과시하고, 자기네 이익을 위해 미 의회를 움직이는 데 더 힘을 쓰는데 말이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