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일반 감기처럼 기침과 콧물, 재채기 등을 유발하고 고열과 오한, 근육통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만성질환자나 노약자에게서는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전 세계 10억명 정도가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중 300만∼500만명이 인플루엔자에 의해 중증질환을 앓고 30만∼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환의 심각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지역보건소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독감 백신을 접종해 준다. 그런데 해마다 예상보다 많은 독감환자가 발생하면서 독감 예방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독감백신을 접종한 박정환(55)씨는 그해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예방백신을 맞고도 독감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을 개발 공급하는 제약사에게 기존 3가백신에서 바이러스주를 한 개 더한 4가 백신으로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타입은 144종이다. 이 중 인간에게 치명적이고,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를 예측, 선정해 백신을 만들게 된다. 매년 독감 예방백신을 새롭게 맞혀야 하는 까닭도 그해 유행하는 바이러스주가 달라지면 백신이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WHO는 한국이 속해 있는 북반구에 유행할 세 가지 독감 바이러스 항원을 선택해 백신을 만들게 했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유행을 하면서 백신으로 인한 독감 예방이 효과적일 수 없었다. 이에 WHO는 일반적으로 기존 세 가지의 항원을 선택해 백신을 만들던 방식에서 탈피해 한 가지 항원을 더 넣은 4가 백신 주를 사용할 것을 명했다. 백신을 만드는 국내외 제약사는 4가 백신 개발 및 제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첫 국내 출시 신호탄을 올린 곳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다. GSK는 지난해 말, 국내 출시 내용을 담은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기업으로는 SK케미칼과 녹십자에서 가장 빠른 4가 독감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초기 생산이 중요한 까닭은 빠르면 9월부터 독감백신을 접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차적 보급에서도 안정적 공급이 유지돼야 한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독감 유행에 따른 효과적인 대응이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은 백신의 효능을 올리고 생산에 차질이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유행시 백신 생산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연구개발중인 백신들은 기존 백신이 면역을 유도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식의 면역유도를 꾀하고 있다. 항원 가짓수를 늘린 독감백신뿐 아니라 DNA백신, 바이러스 유사체 백신,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 다양한 형태의 차세대 인플루엔자 백신이 점점 완벽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어 머지않아 다양한 독감 백신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독감 예방접종 별무효과에 WHO서 4가 백신 개발 주문… GSK 국내시장 선두주자 부상
입력 2015-06-01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