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몸속에 시한폭탄이 든 것과 같아 한 번 발병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대상포진 환자를 겪어온 양윤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을 시한폭탄과 같은 ‘무서운 병’이라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수두에 걸린 사람이라면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어 누구나 걸릴 위험이 있고, 발병하면 심각한 통증으로 삶의 질을 극도로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대상포진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무서운 병이므로, 발병하기 전 예방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동반, 예방이 최우선=‘통증의 왕’이라 불리는 대상포진은 끔찍한 고통을 수반하는 질병이다. 양 교수는 대상포진으로 내원하는 환자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병,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공포의 병”이라 말하며 몸서리를 친다고 했다.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의 통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상포진을 앓은 여성 환자분들 중에서는 출산 때 겪었던 산통보다 심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통증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은 가벼운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통증으로 인한 고통이 심각하다.
합병증도 치명적이다. 가장 흔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9∼15%, 60세 이상 환자의 40∼70%에서 나타난다. 수포가 회복된 후에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지속적인 통증을 남기는데, 언제 회복될지 모를 통증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 교수는 “얼굴에 발병하면 각막염이나 결막염과 같은 안질환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시력을 잃거나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상포진 안질환은 뇌졸중 위험을 4배나 높이는데 이는 뇌졸중 위험인자로 알려진 흡연보다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이처럼 대상포진은 지속적인 후유증까지 남기기 때문에 미리 위험인자를 파악하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
◇면역력 저하된 50대 이상 여성, 가족력 환자 특히 주의=대상포진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48만명에서 2014년 65만명으로 5년간 약 34% 증가했다. 양 교수는 특히 주의가 필요한 대상으로 ‘50대 여성’을 꼽았다. 50대 여성은 폐경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높고, 연령 특성상 자녀 결혼, 남편 퇴직 및 노후 준비로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위험군으로는 ‘가족력과 수술 후 환자’를 들었다. 최근 연구에서 가족 중 대상포진 발병 경험자가 있다면 본인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약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결과도 있다. 장기이식 수술 후 환자는 포진 후 신경통이 남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대상이다.
◇대상포진 예방 위한 핵심 열쇠, ‘조기 치료’=대상포진을 초기에 알고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양 교수는 “근육통이라고 생각해 파스를 붙였는데 그 아래 수포가 가득 올라온 환자가 있었다”며 “증상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 환자 중에는 나중에 병을 키워서 결국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오랫동안 앓았던 경우도 있었다. 대상포진 초기 증상은 감기몸살, 근육통 등의 증상과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대상포진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으면 몸살 증상으로 오인하기 더 쉽다. 따라서 통증과 함께 몸 한쪽에 물집이 여러 개 발생했다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양 교수는 “대상포진은 발진이 나타난 후 3일(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입하면 보다 쉽게 통증을 완화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 빈도와 강도를 줄일 수 있다”며 이 시간을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시기가 지나 통증이 심해지고 합병증이 나타나면 마약성 진통제가 처방되거나 신경차단술이 이뤄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상포진 발병을 조기에 방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양 교수는 “근본적인 대상포진 치료법은 다름 아닌 예방”이라며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면역력 강화 등 평소 일상 속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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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1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