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대부분 가짜… 농협한삼인분·백세주 등 판매 중단

입력 2015-05-27 03:38 수정 2015-05-27 18:48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207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가 확실히 검출되지 않은 것은 10종뿐이었다고 26일 밝혔다. 백수오란 이름으로 팔리는 농산물 31건 중 19건, 백수오 관련 의약품 5건 중 4건에서도 이엽우피소가 나왔다. 백수오라고 알려진 상품 대부분이 ‘가짜’인 셈이다.

◇진짜 백수오 제품은 5%뿐… 이엽우피소, 안전한가=‘가짜’ 백수오는 유명 제품에도 들어있었다. 농협홍삼의 한삼인분, 국순당의 백세주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농협홍삼 측은 “한삼인분은 외국인 관광객 전용 제품으로 지난해 8월부터 451세트를 판매했고, 남은 192세트는 지난 18일 모두 수거해 현재 유통 중인 제품은 없다”고 해명했다.

백세주를 만드는 데 쓰인 원료 ‘백수오’ 중에도 일부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국순당은 “이엽우피소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원료뿐 아니라 백수오를 원료로 쓰는 백세주, 백세주 클래식, 강장 백세주를 모두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100% 백수오로도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157종이었다. 가열·압력 등 제조단계에서 DNA가 파괴돼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공 상태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백수오 제품도 원료 조사에선 이엽우피소가 확인된 경우가 있다”며 “사실상 시중 백수오 제품 가운데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제품은 모두 폐기될 예정이다. 미확인 제품에 대해서는 업체에 자진 회수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이엽우피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 독성시험을 하기로 했다. 국제 기준 동물실험은 보통 2년 정도 걸리지만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엽우피소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게 정부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이미 식품으로 먹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식약처 관계자는 “독성이 확인되더라도 독성 자체가 인체에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며 “인체에 영향을 주는 섭취량이 어느 정도인지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평가 강화… 신뢰 회복될까=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 대책’도 내놓았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전면적 개선이라기보다 ‘제조·유통·사후관리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나 성분으로 인정받은 것도 내년 5월부터 재평가를 거쳐 안전성과 기능성을 추가 입증토록 했다. 또 의약품에 적용되는 ‘우수제품 제조관리기준(GMP)’을 신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자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백수오 사태로 급격히 추락한 건강기능식품의 신뢰도를 높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상황이 백수오 사태를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230여종 건강기능식품 중 95%가량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기능성이 입증되지 못했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어서 임상시험을 통한 입증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