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다시 고개 드는 프로스포츠계 승부조작… 돈 앞에 무릎 꿇은 감독

입력 2015-05-27 02:29

안양 KGC 인삼공사의 전창진(52)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프로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강동희(49) 전 원주 동부 감독이 2011년 2월과 3월 불법 스포츠토토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4경기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8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지 2년여 만에 유사 사건이 터지자 팬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특히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앓았던 프로 스포츠계에 다시 ‘검은 마수’가 뻗쳐 들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전창진 감독, 불법도박 전 과정 주도=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 감독은 한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렸고 그 돈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했다. 전 감독은 2014-2015 시즌 6강 플레이오프 팀이 결정된 2, 3월 사이 수차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사령탑으로 있던 부산 kt가 큰 점수 차로 패하는 쪽에 돈을 걸었다. 그 결과 그는 두 배 가까운 고배당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 감독이 베팅과 승부조작 등 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감독 등에게 도박자금 3억원을 빌려 줬다는 사채업자는 “전 감독이 베팅할 경기를 직접 알려 줬고, 해당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승패가 갈리는) 경기 막판 시점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 감독을 출국 금지했으며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전 감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강남은 26일 언론에 배포한 문서를 통해 “전창진 감독은 승부를 조작한 사실도, 불법 스포츠토토에 거액을 베팅한 사실도 없다”며 “전 감독은 이미 불법 스포츠토토를 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씨와는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강씨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을 뿐, 강씨가 불법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시 추락한 KBL 위상=‘강동희 사건’이 터졌을 때 10개 구단 감독은 한자리에 모여 팬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프로농구연맹(KBL)은 “승부조작 사태에 영향을 준 드래프트, FA(자유계약선수)제도 등 각종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며 “팬들의 분노와 질책을 뼈를 깎는 자성으로 감당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KBL은 결국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다. 전 감독의 경우 이미 인터넷에서 ‘전토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의혹을 사고 있었다. KBL이 내부 감사 등을 통해 사전에 걸러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개 드는 승부조작 세력=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승부조작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해 11월 27일 남녀 구단 전체에 “승부조작 관련자들의 접근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2012년 2월 적발된 승부조작 세력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며 선수들에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KBL은 지난해 12월 29일 모 구단 소속 선수에게 불법도박 관련자로부터 접촉이 있었다는 자체 신고를 받아 국민체육진흥공단 클린스포츠 통합 콜센터에 고발 조치했다. KBL 관계자는 “브로커 등이 접근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서윤경 강창욱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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