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구하기 위한 충고 ‘스크린 대신 사람 얼굴 마주하게 하라’

입력 2015-05-27 00:48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상담가 게리 채프먼 등은 “사랑, 감사, 분노 조절, 사과, 주의 집중 같은 5가지 인성교육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DB
40대 후반의 김은영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매일 ‘때아닌 전쟁’을 치른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엄마와 ‘학교에서 돌아온 뒤 30분만 스마트폰을 한다’고 일종의 ‘각서’까지 썼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붙잡으면 3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친구들과 카톡하느라, 가끔은 게임도 하고, 숙제를 위해 자료를 찾는 용도로 아들은 스마트폰을 활용 중이다. 그럴수록 엄마 속은 숯검댕이가 되어간다. 아들과 스마트폰을 떼어놓을 좋은 방법은 없을까.

김씨처럼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자녀 때문에 고민 중인 부모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책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생명의말씀사)가 출간됐다. 게리 채프먼과 알린 펠리케인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 ‘자녀의 5가지 사랑의 언어’ 등을 쓴 상담전문가이며, 펠리케인은 ‘행복한 아내가 되는 31일’ ‘행복한 남편이 되는 31일’을 쓴 가정사역자다. 저자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컴퓨터, TV 등 각종 전자기기 화면을 통틀어 ‘스크린’으로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디지털 시대는 우리에게 편리함이란 유익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이면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사회적, 지적 발달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보급이 크게 확산되면서 영·유아나 어린이가 너무나 일찍 스크린에 빠져드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이렇게 스크린에 일찍 노출될수록 중독에 빠지기 쉽고, 뇌 발달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스크린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사회성이 떨어져 정서적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스크린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5가지 인성’을 이야기한다. 사랑과 감사, 분노 조절, 사과, 주의집중이다. 먼저 ‘사랑’은 얼굴을 마주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스크린을 사용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지만,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특별하게 여길 수 있도록 지도한다. 저자들은 “늘 주변에 존재하는 스크린을 대하며 사는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부모의 사랑과 애정을 느껴야 한다”며 “부모의 지도로 아이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하나님이 의도하신 대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충고했다.

‘감사’는 족보 그리기, 감사일기 쓰기, 보물찾기, 저축하기, 보물노트 쓰기, 배고픔과 싸우기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감사함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문자를 보내도록 훈련하는 것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분노 조절’의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여기에는 온라인 예절을 교육하는 법도 포함된다. 온라인 상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가르쳐야 한다. 온라인에서 추한 말들을 계속 되뇌여 읽을수록 아이들에게 감정적인 상처를 남기게 된다. 자녀에게 스크린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사과’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녀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과 삶에는 규칙이 있다, 사과는 우정을 회복시킨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을 배운 아이들은 문자나 인스턴트 메시지로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과를 전할 수 있다.

끝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메시지 알림, 끊임없는 영상들, 다양한 비디오 게임, 수많은 이메일 등이 자녀들의 주의를 끌려고 경쟁한다. 전자기기는 뚫어져라 잘 쳐다보면서 다른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눈 맞춤’을 해야 한다. 눈을 맞춰야 상황에 공감하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관심을 갖는다.

책에는 ‘연령별 사회성 발달’이나 ‘스크린 타임 점검 질문’(표 참조) 등을 부록으로 실었다. 또 ‘스마트 미디어 중독 예방 가이드라인’도 들어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