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서울시청 앞 1인 시위 “동성애자 축제·봉은사역명 철회하라”

입력 2015-05-27 00:23
한국교회연합 양병희 대표회장(가운데)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동성애 시장 불교 시장 아웃(OUT)’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동성애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퇴폐문화가 판을 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거룩을 위해 희생의 값을 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26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검은색 양복을 입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가 나타났다. 굳은 표정이었다. 양 대표회장은 한동안 물끄러미 서울시청을 바라보다가 등을 돌려 한교연 로고가 있는 노란 조끼를 입었다. 그리고 ‘동성애 시장, 불교 시장 OUT’이라고 적힌 푯말을 번쩍 들어올렸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다음달 9일과 28일 이곳 서울광장에서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 축제는 서울시민을 위한 건전한 축제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숨어서 동성애를 즐기던 자들이, 백주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 몰려나와 자기들의 성(性) 취향을 정당화하고 동성애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수장이 직접 1인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다음달 9일 퀴어문화축제 개막식과 28일 동성애자들의 퍼레이드를 허용했다. 동성애 단체들은 2009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축제를 갖겠다며 서명운동을 하고 항의공문을 발송하는 등 공을 들여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처음으로 서울광장의 문을 열어줬다. 동성애자들은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단독으로 열게 됐다”며 “우리의 결집된 힘을 확인하고 그간 받았던 울분과 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호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미국 언론사인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동성애를 합법화시키는 첫 나라가 돼야 한다”고 밝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양 대표회장은 이날 “미국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신규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청소년과 청년의 약 94%가 동성 간 성행위로 감염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에이즈 환자 1명 치료에 한 달 300만원, 1년에 3600만원이 든다. 우리 정부는 이걸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국내 에이즈 환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면서 “전 세계 에이즈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사회가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확산시켜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마지막 경고 메시지를 낭독했다. 동성애축제 장소사용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였다.

“동성애축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린다면 서울시민들은 박 시장이 다시는 서울시의 행정을 맡지 못하도록, 대선의 꿈을 접도록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시민들은 절대 어리석지 않습니다. 자신의 자녀를 음란문화로부터 지키기 위해 표로 당신을 심판할 것입니다.”

양 대표회장은 이날 박 시장이 제정한 봉은사역명에 대해서도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봉은사역명은 지상 명칭인 코엑스 사거리와 충돌하고 코엑스에 비해 인지도나 기여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대표회장의 1인 시위는 45분간 진행됐다. 집회 후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하는 박원순 공직추방·퇴출, 차별금지법 폐기를 위한 1000만 범국민 서명지’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사인을 했다. ‘귀를 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서울시청 주출입구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이었다.

유영대 백상현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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