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도경] 재선충 훈증제 ‘맹독성 가스’ 국민에게 위험부터 알려야

입력 2015-05-27 00:30

“우리 동네 공원에 훈증된 ‘소나무 무덤’이 많아요. 비닐이 찢어진 채 방치된 것도 있어요.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던 길인데….”

경기도 광주의 한 주민이 국민일보 취재팀에 이메일을 보냈다. 산림청이 소나무 재선충을 잡겠다고 대량 살포한 메탐소듐 훈증제에서 이소시안화메틸(MIC)이라는 맹독성 가스가 방출된다는 보도를 봤다고 했다(국민일보 5월 26일자 1·6면). 경기도 광주는 재선충 극심 지역 중 한 곳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독성 물질이 재선충 방재를 위해 우리 주변에 뿌려졌나.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이런 당연한 의문에 재선충 방재를 책임지는 산림청은 “(MIC가 나오는 줄) 몰랐다. 훈증된 소나무 묘의 주변 대기 질을 측정하고 미국 연구를 검증해보겠다”고만 답했다. 메탐소듐에서 MIC가 방출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미국 네바다주립대와 워싱턴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2012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8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농업식품 화학지’에 메탐소듐에서 MIC가 나온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공신력이 검증된 연구 결과다. 물론 미국의 대학 연구팀, 그리고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 ‘물음표’를 달고 의심할 수도 있다.

다만 산림청 대응은 순서가 바뀌었다. 어찌됐든 독가스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으니 안전조치부터 취하는 게 최우선이다. 사람 왕래가 잦은 곳에 있는 ‘소나무 훈증묘’ 주변에 표지판이라도 붙여서 위험성을 경고해야 한다. 방수포가 찢어진 소나무 훈증표를 찾아 뒤처리라도 해야 한다.

독성 물질이 뿌려진 소나무 훈증묘는 동네 뒷산, 산책로, 도로변 등에 즐비하다. 우리 일상 속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재선충의 발원지인 부산과 영남 일대는 수년간 엄청난 양의 재선충 감염 소나무를 훈증 처리했다. 소나무 훈증묘로 둘러싸인 마을도 있다. 제주 올레길, 경주 양동마을 등 유명 관광지에도 소나무 훈증묘가 빼곡하다. 훈증제의 위험을 알리고 국민이 안심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이도경 사회부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