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위협에도… 아프간에 평화 인도하는 음악 거장 “음악은 결국 탈레반의 마음도 열게 할 것”

입력 2015-05-27 02:57

자살폭탄 테러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탈레반 집권 당시 음악을 금지해 사실상 ‘음악 불모지’이던 아프가니스탄에 교향악단과 음악 교육기관 등을 만들며 멜로디를 선사하는 아마드 사르마스트(53·사진) 아프간국립음악학교 이사장을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모스크바 유학을 거쳐 2005년 호주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8년 아프간 음악 부흥 프로젝트를 위해 처자식을 호주에 두고 홀로 고국으로 돌아왔다. 구전(口傳) 중심이던 아프간 전통음악을 서양식 악보체계를 통해 정리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그는 또 아프간 최초의 교향악단을 만든 데 이어 고아들과 소녀들까지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음악학교를 설립했다. 그가 만든 국립음악학교 공연단은 2013년 서울 여의도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왕성한 활동으로 그는 곧 탈레반의 표적이 됐다. 탈레반은 그가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수도 카불에 있는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교향악단 공연 도중 자폭테러가 발생했다. 폭탄은 그와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터졌다. 그는 “마치 누군가가 크리켓 방망이로 내 머리를 힘껏 친 것 같았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고 회고했다.

테러로 그는 한동안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인 심각한 청각 장애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호주로 돌아가 두개골에 박혔던 11조각의 파편 제거 수술을 받고 넉 달 만에 청각을 회복한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음악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의 연주 소리를 들은 그는 위협에 굴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테러 이후 그는 음악학교 뒤편에 대형 공연장과 여학생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경비 시설을 갖춘 기숙사를 세우는 등 보란듯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가 이끄는 교향악단은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와 영국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의 목표는 테러와 내전으로 얼룩진 아프간 사회의 평화다. 그는 “음악 하는 아이들 속에서 아프간의 미래를 본다”며 음악이 탈레반을 비롯한 반대 세력에도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