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마종기씨, 마해송 전집 10권 완간 기념 간담회 “50년 前 아버지 장례식도 참석 못하고… ” 눈물

입력 2015-05-27 02:56

“아버님 전집이 나와 마냥 행복합니다. 돌아가신 지 올해 50년이 됩니다. 그때 장례식도 참석 못하고….”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의 아들 마종기(76·사진) 시인은 인사말을 하다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마해송 전집 10권(문학과지정사)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마종기 시인의 11번째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도 함께 나왔다. 그는 “전집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책을 내줘 감사했다”며 “그래서 마해송 전집의 인세와 저작권은 모두 마해송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과지성사에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해송 전집은 2013년 제1권 ‘바위나라 이가별’ 출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나온 7권까지가 동화집이다. 이번에 수필집 8∼10권이 나오면서 2년 만에 전집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편편상’(8권) 등 3권의 수필집은 아동문학가로만 기억되는 마해송이 일제강점과 6·25전쟁 등의 혼란의 시기를 거치며 시대와 호흡한 주옥같은 글이 빼곡하다. ‘편편상’은 칼럼의 우리식 표현이다.

연세대 의대 재학시절 등단한 마 시인은 1966년 오하이오 주립대 방사선과에 취직이 돼 도미했다. 그는 “65년 한일회담 반대 성명에 참가해 감옥에 가게 됐다. 이후 국내에서는 살기가 힘들어져 미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미국에 간 지 넉 달 만에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셨는데, 여러 사정으로 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70년대 말 어머니와 동생 등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의사로 살면서도 한국 문단에 지속적으로 시를 발표해 왔다. 뼛속 깊이 새긴 외로움과 서러움,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맑고 투명한 시어에 담아 왔다. 2002년 은퇴 이후부터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적도 회복했다. 5년 만에 나온 신작 시집에 담긴 시 ‘국적 회복’은 시대의 격랑 속에서 부초처럼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서사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