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6개 역사학회 및 역사교육자단체가 아베 정부의 위안부 문제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여 학자가 69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성명에서 “강제 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이제까지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 실증돼 왔다”며 “위안부가 된 여성은 성노예로서 필설로 다하기 어려운 폭력을 받았다”고 규정했다. 또 “일부 정치가와 언론이 사실로부터 눈을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일본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 성명은 일본 내 역사학 관련 단체 중 규모와 지명도에서 상위 5개 가운데 4개가 참여한 것이어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진보 성향의 역사학연구회가 지난해 10월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한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후 7개월 만에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이달 초에는 전 세계 저명한 일본 연구 학자 187명이 위안부 왜곡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수많은 학자들이 찬동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쯤에서 역사적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침략의 정의나 위안부 문제 등 역사는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려 왔다. 국외 역사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는 다수의 국내 역사학자들마저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또 뭐라고 변명하며 말을 돌릴 순 없지 않는가. 이제 “역사 왜곡이 성노예 제도 피해자의 존엄을 더욱 유린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야 한다.
아베 총리에게는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과 ‘종전’ 70주년이라는 좋은 기회가 있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침략의 역사와 진지하게 마주해 피해국과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 일본이 미·일동맹을 아무리 견고하게 구축하더라도 아시아 주변국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결코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현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아베정부의 고해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사설] 아베 총리, 일본 국내외 역사학자들의 고언 새겨야
입력 2015-05-27 00:38 수정 2015-05-27 0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