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대표 과일은 수박이다. 수박 시장 규모는 크다. 수박은 농가의 주요 소득원으로 생산액이 1조원 규모에 달한다. 전국 1만3800여 농가가 지난해에는 79만t을 생산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수박 신선도를 꼭지 상태로 판단한다. 꼭지가 갈색으로 변한 것은 품질이 낮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농가에선 수박 꼭지가 빨리 시들지 않도록 ‘T자’ 모양으로 길게 다듬어 유통시킨다.
하지만 충남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수박 꼭지 여부에 따른 품질분석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 꼭지는 당도나 신선도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꼭지를 제거하면 경제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에서 꼭지를 T자 모양으로 만드는 데 가위질을 3차례나 해야 한단다. 그만큼 노동력이 더 드는 것이다. 수확·유통 중에 꼭지가 떨어지면 정상가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 이런 유통관행을 바꿔 꼭지를 1㎝ 정도로만 유지할 경우 인건비 절감, 가치하락 방지 등으로 연간 최대 627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금년산 수박부터 유통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수박 꼭지절단 유통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건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 지난달 중순부터 수도권 6개 판매장(양재·창동·성남·고양·수원·삼송)에서 꼭지 자른 수박 120t을 판매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소비자 반응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대부분 고객이 꼭지 자른 수박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 없이 맛과 가격을 고려해 구매했다고 한다. 매출 하락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농협은 27일부터 꼭지 자른 수박 공급을 전국 주요 판매장으로 확대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서도 28일부터 꼭지 없는 수박을 시범 판매할 예정이다. 꼭지 대신 품질정보로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적극적 홍보와 판촉활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하겠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꼭지 자른 수박’
입력 2015-05-2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