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45)는 1999년 B씨(43·여)와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 모두 성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아 2002년 딸 출산 후 관계를 갖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대화 중에 갑자기 화를 내거나 시댁과 연락하지 않는 데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대화로 문제를 풀기보다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바쁘다’며 늦게 귀가하고 무심한 남편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별 내색 없이 ‘원래 저런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하며 소통 없는 삶을 받아들였다.
서로에게 불만이 쌓인 부부는 2009년 화장실 사용 문제로 다투다 몸싸움까지 벌였다. 평소 대화가 드물었던 두 사람은 상대방이 사과하기만 기다렸고 부부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다. 남편 월급으로 생활은 이어갔지만 식사 빨래 청소 등은 각자 해결했다. 남편은 결국 2012년 다른 여성을 만나기 시작했고 다음해 가출했다. 이어 이혼소송을 냈다. 남편은 “아내가 10년 동안 부부관계를 거부해 더 이상 혼인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 아내의 무관심과 폭언·폭행으로 비참함과 절망감 속에 생활해왔다”고 주장했다.
1심은 남편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부부관계가 냉각된 것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쌍방의 잘못이지 아내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봤다.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며 모텔까지 출입한 남편의 잘못이 아내보다 큰 점도 고려했다. 남편은 “아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건 단순히 복수감 때문”이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김용석)는 원심처럼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도 갈등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늦게 귀가하고 책임을 회피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이어 “아내가 딸을 위해 결혼 유지를 원하고 있고,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10년간 부부관계 거부 아내 이혼사유 안돼”… 항소심도 패소
입력 2015-05-26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