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과분한 사랑 받았다” 프로레슬러 이왕표 은퇴식

입력 2015-05-26 02:34
이왕표가 이날 마지막 경기를 펼친 밥 샙과 챔피언 벨트를 들어보이며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장 프로레슬러 이왕표가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WWA ‘이왕표 은퇴기념 포에버 챔피언’에서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 레슬링의 ‘살아있는 전설’ 이왕표(61)가 40년간의 레슬러 인생을 접고 사각의 링과 작별했다.

이왕표는 25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00여명의 팬이 모인 가운데 은퇴식을 열었다. 그는 은퇴와 함께 자신이 보유한 세계프로레슬링협회(WWA) 헤비급 챔피언 벨트도 반납했다.

이왕표는 “40년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여러분의 사랑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여러분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늘 은퇴 경기에 직접 나서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 투병 중인 관계로…”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2013년 갑자기 찾아온 담도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세 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회복 중이다.

이왕표는 1970년대 최고 인기를 끌었던 ‘박치기왕’ 김일이 서양의 거인들과 일본 선수들을 눕히는 장면을 보고 1975년 김일체육관 1기생으로 프로레슬링에 데뷔했다. 1980년대 이후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내리막을 걸을 때도 그는 한국 프로 레슬링을 지켰다. 2000년에는 WWA 세계 챔피언을 획득하는 등 총 7번의 챔피언 자리에도 올랐다. 2009년에는 종합격투기의 밥 샙과 일전을 벌이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왕표는 “40년 동안 받은 여러분의 사랑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겠다”며 “저한테 보냈던 뜨거운 사랑을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보내달라. 한국 프로 레슬링의 앞날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은퇴식 후에는 그가 반납한 챔피언 벨트를 두고 밥 샙과 캐나다의 레더페이서가 경기를 벌였다. 이왕표는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도 ‘이왕표 은퇴기념 포에버 챔피언’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